[부산국제영화제] '亞 다큐멘터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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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작품 10편, '확 달라진 형식·독특한 제작방식' 눈에 띄네

춤추는 숲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은 매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다큐멘터리 펀드인 AND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우수한 작품이 초청된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비롯해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올해는 10편이 선정됐다.

한국 다큐멘터리는 부부 또는 가족 전체가 제작에 참여하며 기존과 다른 독특한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춤추는 숲' '거미의 땅' 등
부부·가족 전체가 제작 참여
'신의 땅' '학교 너머'도 주목


강석필 감독의 '춤추는 숲'은 성미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AND 지원작으로 강석필 감독은 주로 아내인 홍영숙 감독의 작품에 프로듀서를 맡아왔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 프로듀서가 아닌 감독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강 감독은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외부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과 달리, 마을에 직접 살면서 내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100인 합창단과 같이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즐거운 투쟁 과정을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거미의 땅'은 김동령 박경태 부부가 함께 감독을 맡은 작품. 경기 북부 미군기지촌에서 활동가로 지내온 두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과 여기 남은 혼혈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고발이라는 전형적인 기법보다는 경기 북부 지역이 갖는 역사성과 현장성에 집중해 작품을 만들었다.

김태일 감독의 '웰랑 뜨레이'는 캄보디아의 민중사를 담기 위해 가족 모두 캄보디아로 이주해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캄보디아의 소수 민족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으나 공격적인 기독교 선교활동으로 이들은 외부인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가족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 소수 민족이 겪는 문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실제 가족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인지 감독의 전작과는 다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웰랑 뜨레이
민환기 감독의 '불안'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착한 기업이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직원 개개인과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야 하는 운영자의 갈등을 잘 잡아내면서 구성원 각자의 욕망을 잘 드러냈다.

아시아 다큐멘터리로는 80세를 넘긴 노인들의 스쿠터 여행기를 통해 노년의 꿈과 열정을 담은 대만 후아티엔하오 감독의 '달려라, 그랜드라이더스!'와 삶의 터전을 잃은 소외된 사람들의 외로운 투쟁을 다룬 인도 판카지 리쉬 쿠마르 감독의 '신의 땅'을 주목할 만하다.

비경쟁 다큐멘터리 작품을 모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연극을 소재로 해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두 편이 소개된다.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연극 1&2'는 연극과 극단을 둘러싼 내용을 오랜 시간 카메라에 담은 대장편 다큐멘터리다. 아담 플레가르와 토드 스미스의 '불사조'는 캄보디아 고아들의 연극 준비 과정을 감동적으로 다뤘다.

김한국 감독의 '학교 너머'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감독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사상구종합사회복지관의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락앤락(Rock&樂)'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7명의 모습을 1년 넘게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반 학교를 벗어나, 직업학교, 검정고시 등을 거친 아이들이 록 공연을 준비하며 세상과 만나고 치유되는 과정을 담은 따뜻한 이야기다. GV(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영화 속 7명의 주인공이 직접 록 공연을 펼치는 깜짝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학교 너머
이밖에 피터 매틀러의 '시간의 끝', 파티 아킨의 '오염된 파라다이스'처럼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작가의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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