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교수 배낭에 문화를 담다] <7> 미얀마 ① 양곤, 파고다에서 아우라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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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권력에 맞서 싸우는 자연물, 쉐더공 파고다

양곤의 어디에서나 '부처님이 기거하는 집'을 의미하는 '파고다'를 볼 수 있다.

미얀마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아웅산 수치, 승려, 시민들의 저항, 이에 대한 군사독재의 무자비한 탄압 등 정치적·사회적 불안과 혼란, 폭력, 폐쇄 등의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미얀마라는 이미지가 주는 그러한 선입견은 대중매체에서 읽은 뉴스의 한 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 뉴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될 뿐이다. '세계가 한 권의 책이라면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 뉴스는 미얀마라는 한 권의 책에서 타인의 눈을 통하여 읽은 한 페이지일 뿐이다. 미얀마로의 여행은 미얀마라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여행자들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한 페이지 뉴스'로 미얀마로 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밍글라바(안녕하세요)"라고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밍글라돈 국제공항을 거쳐 나오면 여행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파고다', 곧 부처님이 기거하는 집을 만난다.

미얀마 여행의 출발은 양곤이며, 양곤 여행의 출발은 파고다다. 여행자들은 양곤에서 2개의 파고다를 만난다. 술레 파고다를 중심으로 쉐도미앗 파고다, 거바예 파고다 등 군부에서 지은 현대적인 파고다와 쉐더공 파고다를 중심으로 차욱타지 파고다, 보떠타웅 파고다 등 부처님 재세 시기에서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지어진 역사적인 파고다가 그것이다.

술레 파고다는 낮에는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양곤 남북 관통 도로의 중심에 있고, 밤에는 조명을 받아 도심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황금빛 야경 탑으로 우뚝 서 있다. 도시 중심에 세워진 술레 파고다 그 자체가 상가로 둘러싸였고 그 주위에도 보족 시장, 차이나타운, 세꼬랑 꼬치골목, 게스트하우스, 극장가, 나이트클럽, 버스정류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술레 파고다를 도시의 중심에 놓고 지어진 계획도시가 양곤이다. 양곤의 중심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술레 파고다는 양곤 시내버스, 픽업트럭(버스), 오토바이, 택시들이 움직이는 출발점이다. 술레 파고다에서 출발하여 양곤 시내를 둘러보거나 혹은 아웅 밍글라 버스터미널까지나 밍글라돈 국내선 공항까지 가서 여행객들은 미얀마 전국을 여행한다. 여행자들은 대체로 술레 파고다 주위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한다.

쉐더공 파고다는 부처님 재세 시기인 약 2천500년 전에 세워졌다. 여러 왕조와 왕의 도움으로 현재에 이르러서 80여 개의 건물과 60여 개의 파고다로 되어 있다. 쉐더공 파고다는, 바고 짜익티요 황금바위 및 만들레이 마하무니 파고다와 같이 미얀마 불교의 3대 성지다. 이러한 쉐더공 파고다는 언제나 미얀마 불교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영국 식민지 시기에서부터 현재 군부독재 시기에 이르기까지 쉐더공 파고다는 승려와 미얀마인들이 항쟁의 불길을 올리는 곳이다. 1988년 민주화 운동, 1990년 승가의 항쟁, 2007년 사프란 혁명은 쉐더공 파고다에서 일어났다. 특히 사프란 혁명에서 승려들은 '승가들은 저 난폭하고 비열하고 잔인하고 무도하고 무자비한 장군들, 나라의 재물을 훔쳐 살아가는 큰 도둑들을 거부합니다. 이로써 공양을 받거나 설법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면서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중의 지원자에서 저항의 주체로 나선다.

술레 파고다가 군사독재 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이라면 쉐더공 파고다는 미얀마 역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발적인 것이다. 술레 파고다는 군사독재 권력이 미얀마인들에게 끼친 사회적 정서적 폭력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려고 만든 계획적인 인공물이라면, 쉐더공 파고다는 미얀마인들이 역사에 의해서 형성된 자발의지로 군사독재 권력에 맞서 싸우는 자연물이다.

아도로노가 말했듯 '전축의 바늘이 예리해질수록 완벽한 음질 구현이 가능할수록 그 음악이 점점 인위적이 될 수밖에 없어서 원래 그 음악의 원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아우라)를 상실하는 것'과 같이, 술레 파고다의 인위성은 파고다로 상징되는 미얀마와 미얀마 불교의 아우라를 상실시키는 것이다.

배낭여행의 지침서와 같은 론리플래닛을 시작한 토니 휠러도 '여행은 사람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듯이 미얀마의 아우라를 만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우리는 훌륭하고 존중할 만한 이론을 가진 인물보다는 이유도 모르지만 어찌 된 노릇인지 모습이며 말투며 일거수일투족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에게 더 강한 아우라를 느끼게 된다'고 무라카미 류가 말했듯, 미얀마 사람의 아우라를 만나기 좋은 곳이 묘빳이타(양곤 도시순환열차)일 것같다.

술레 파고다에서 1㎞를 걸어서 가면 양곤 중앙역이 나온다. 양곤 중앙역에서 순환열차를 타면 양곤 주변 외곽지역, 약 40개 역을 3시간 동안 순환하고는 다시 중앙역으로 되돌아 온다. 오전 8시 20분에 출발하는 첫 순환열차를 타야 여행자들은 도시 서민과 민중이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약 40개 역을 거치는 동안, 만나는 풍경들. 역마다 주변에 널려 있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오막살이,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고 파는 행상들, 표를 사지 않고 타다가 경찰에게 슬그머니 돈을 건네는 사람들, 그러지 못하고 기차에서 뛰어 내리는 사람들, 차 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돈을 거두는 경찰, 경비 경찰에게 인사를 하고는 슬그머니 외국인 전용칸으로 와서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 외국인 전용칸에 매달려 동냥을 하는 어린아이들, 숙박업소, 식당 등 명함을 건네는 사람들 등등. 첫 순환열차를 탄 여행자들은 군사독재의 폭력 속에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의지, 생명의 존엄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민병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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