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피임법 올바로 알기] "이 정도면 괜찮겠지?" "방심은 절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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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의 대표적인 할리우드 청춘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 "그런 영화 몰라"라며 고개 젓는 젊은 20~30대도, 그 주제곡 'A Summer Place'(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를 들을라치면 익숙한 멜로디에 '아~' 하고 탄성을 지른다. 그만큼 유명하다.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받을 정도로.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피서지에선 많은 일(?)이 생겨난다. 들뜬 분위기에 취한 결과로 일어나는 예상치 않은 임신도 그 중 한 가지. 제대로 된 피임법이 중요한 때다.

△먹는 피임약은 생리 주기 맞춰야

여성의 생리 및 임신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된 약을 사전에 복용함으로써 배란 및 생리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피임약 1년 복용 실패율 3%
루프는 생리 직후 시술 좋아
콘돔, 사용법 제대로 지켜야
영구피임 뒤 복원 성공률 낮아
응급피임, 의사 처방 받아야


어떤 특정 시기의 피임을 원할 때, 생리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5일 이내에 먹기 시작해 매일 한 알씩 먹어야 한다. 만일 하루를 잊었다면 12시간 내 두 알을 먹으면 된다. 이틀 이상 잊었을 땐 실패율(임신율)이 높아진다. 보통 21일간 복용하고 7일간 휴약한다. 1년을 꾸준히 복용했을 때의 실패율이 약 3%로 알려졌다.

피임약을 먹다가 끊었을 때 일시적으로 생리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3개월 이내에 생리가 재개된다. 혹 3개월이 지나도 무생리 상태가 계속된다면 병원에서 배란약을 처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피임약을 먹는다고 임신 능력이 떨어지거나 태아가 기형이 될 우려는 없다. 오히려 생리통 완화, 난소암 발생 위험 감소 등의 효과를 준다. 단 고혈압, 당뇨, 간염, 정맥혈전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은 사용을 금하는 것이 좋다.

△루프 삽입 땐 정기적 검사를

자궁 내 삽입하는 피임 장치로는 흔히 '루프'라 불리는 구리가 감긴 기구와 호르몬 함유 장치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루프.
루프는 여성의 자궁 안에 넣어서 수정란이 착상되는 것을 막는 피임법. 자궁 안에 설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다. 보통 생리가 끝난 직후 산부인과에서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장치가 자궁 내에 제대로 위치해 있는지 6개월에 한 번 정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작용으로 복통과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삽입 직후에 생길 수도 있고, 이후 생리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1년간 실패율은 3% 정도.

루프보다 피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 함유 자궁 내 장치는 생리 양과 생리 기간을 줄여주고 생리통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 장치 역시 루프처럼 자궁 내 삽입하는 것으로,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 주로 사용한다. 아울러 생리 양과 생리 기간의 감소를 원하는 여성, 생리통의 치료를 원하는 여성, 수유 중인 여성에게 적합한 피임법이다.

△사용법 준수하면 간단·안전한 콘돔

물리적·화학적 차단법으로는 콘돔과 살정제가 대표적이다.

콘돔은 피임과 성병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 끝 부분의 돌출 부위를 살짝 비틀어 공기를 뺀 후 남성의 성기에 착용해야만 콘돔이 찢어져 피임에 실패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성기의 삽입 전부터 착용해야 하며, 사정이 끝난 후 콘돔이 빠져 질 내로 정액이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주의해서 제거해야 한다.
콘돔.
어느 피임법보다 사용이 간편하다. 그러나 성적 쾌감이 반감된다는 점과 잘못된 사용법으로 실패율이 15%에 이른다는 점이 단점이다.

최근 들어 여성의 질 안에 삽입하는 여성용 콘돔도 대중화되고 있다. 피임 실패율은 남성용 콘돔보다 오히려 좀 더 높은 편.

살정제는 질 좌약식 혹은 젤리 등의 형태가 있으며, 질 안에서 정충을 죽여 임신을 막는다. 성교 전 질 깊숙이 주입하며, 성교 반복 시에는 다시 한 번 주입해야 한다. 실패율은 10~20% 정도이며, 이 또한 사용법의 실수로 인한 경우가 많다.

△생리 부정확할 땐 배란일 측정법 금물

배란일 측정법은 배란일을 계산해 그 시기에 성관계를 피하는 피임법으로, 자연 주기법이라고도 한다. 보통 배란은 다음 생리 시작일로부터 14일 전에 이루어지며, 여성의 배란 후 난자가 살아 있는 하루, 정자가 여성의 생식기 내에 살아 있는 2~3일을 고려해 임신 가능 시기를 피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생리 주기가 정확한 여성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배란기가 부정확한 경우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영구 피임법은 출산이 여성의 나팔관을 묶는 방법과 남성의 정관을 묶는 방법이 있다. 두 방법 모두 최근에는 수술이 간단해 입원할 필요가 없다. 일단 수술 후 다시 아기를 원할 때에는 묶은 부위를 풀어주는 복원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복원수술은 까다롭고 성공률도 높지 않으므로, 영구 피임을 선택할 땐 어느 방법보다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처방 여부 두고 말 많은 응급 피임법

응급 피임법은 피임법을 사용하지 않은 성교로 임신이 우려될 때, 성교 후 할 수 있는 피임법을 뜻한다. 같은 의미로 사후 피임법이라고도 하며, 성교 후 72시간 이내에 고용량의 복합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방법이다. 실패율은 약 25%. 그러므로 응급 피임약을 복용한 후에라도 2~3주 이내에 정상적인 생리가 진행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는 응급 피임약 복용에도 임신으로 연결되었을 경우 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란 5일 이내에 복용했다면 임신이 됐더라도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고용량의 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이므로,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매·복용이 불가능하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응급 피임약을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약계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도움말=동아대병원 산부인과 배종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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