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일본에서 온 나에게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 가족이 사는 규슈 후쿠오카 시는 고리원전에서 20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오염의 공포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보이지 않는 공포'라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난 지난해 5월 취재차 방문한 현지에서 나는 그런 공포를 체험했다.
방문한 곳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40㎞ 떨어진 이타테무라. 방사능 오염 때문에 거의 전 주민이 피난했다. 한가로운 전원풍경의 이 곳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한 곳'으로 불리는 산촌이다. 한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교정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어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나 목소리는 전혀 없고, 들리는 것은 벚꽃을 흔드는 바람 소리 뿐이었다.
그 후 마을 이곳저곳을 걸었다. 논과 실개천의 제방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변함없는 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에 매단 방사선계측기에 시선을 옮기니 방사선량이 슬글슬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선이 몸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나쁜 공포가 몰려왔다. 내부피폭을 피하기 위해 숨을 깊이 쉬지 않도록 조심했다. 당연하겠지만, 공기를 들어 마시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때만큼 통절하게 느낀 적은 없다.
지난 2월 한국 고리원전의 전원 상실 사고는 다행히 중대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잇따라 드러난 엉터리 관리태세를 생각하면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산시민에게도 고리원전은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한국은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이 드물다는 현실도 있다. 그러기에 원전의 안전관리에는 최대한의 주의와 엄준한 안전체계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원전 사업자는 한번 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상기하면서 재가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일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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