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동체 모색 - 부산 시민단체로부터 듣는다] 79.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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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권리 지켜질 때 인간이 더 행복"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겐 희망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이고 '그들'은 동물을 뜻한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웹사이트(animallife.or.kr) 첫 쪽에 올려진 글귀다. '동물과 사람, 자연의 조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부연 설명도 눈길을 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부산의 수많은 시민단체 중 유일하게 동물의 권리 보장을 가장 중요한 강령(?)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물의 최소 권리가 지켜져야 인간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2000년 결성… 인터넷 회원만 3천700명

유기동물 구조 주력하다 대중교육 치중

앞으로 개 도살·사육 불법성 다루고 싶어"


"특히 동물 학대를 경계해야 합니다. 심각합니다. 아무리 식용으로 키우지만 생명을 존중하며 사육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44·사진) 대표는 개탄했다. "개 사육만 하더라도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의 사육장이 적지 않습니다." 닭은 아예 잠도 자지 못하게 하루 종일 불을 밝혀 두고 육질 보호를 명분 삼아 부리까지 잘라 버리는 일도 있다고 그는 분노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2000년 1월 결성됐다. 이전에도 온라인을 통해 네트워크를 가졌으나 자체 웹사이트를 제작해 부산지역에서 동물학대 방지 운동을 펼친 것은 이 무렵부터라고 했다.

회원은 20∼30대의 젊은층이 주축을 이뤘다. "처음에는 100명도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의외로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더군요." 지금은 인터넷 등록회원이 3천700명에 이른다고 그는 답했다.

처음에는 유기동물 구조에 주력했다. 하지만 요즘은 임시보호와 입양에 한계가 있어 캠페인과 대중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캠페인은 지난 주말에도 가졌다. 반려동물 식용 금지 캠페인이었다. "도시철도서면역에서 반려동물 식용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는데 3시간도 되지 않아 1천 장을 다 채웠어요." 4년 전부터는 길 고양이 중성화 사업(TNR)도 부산시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성화시킨 고양이가 1천 마리를 웃돕니다."

대중 교육은 7년 전 반려동물문화교실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동물보호 아카데미도 개최했다. "방학 중에만 개설하는데 벌써 150여 명의 청소년이 수료했어요."

그럼에도 현장 출동(?)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위기에 빠진 동물을 구해 달라는 제보는 늘 쏟아진다. 최근에도 한 노인이 유기견 10여 마리를 잡아와 기르면서 일부를 보신탕집에 팔아넘겼다는 첩보를 접했다. "가서 알아보니 절반 이상의 개가 홍역으로 숨지거나 병들었어요."

길 고양이 학대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양이가 싫다며 쥐약을 먹이거나 몽둥이로 두들겨 패 눈동자가 터진 경우도 더러 보았습니다." 이런 사정이니 동물 복지를 주장하다 엉뚱한 화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월에도 그랬다. "노포동 5일장의 개 도살 장면을 고발했는데 오랫동안 협박전화에 시달렸어요." 그는 이후 지금까지 사무실을 외부에 개방하지 않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도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

하지만 불행만 늘 목격되는 것은 아니다. 간혹 따뜻한 소식도 들렸다. "서울로 입양된 개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감사편지가 왔어요. 개 덕분에 가족이 굉장히 화목해졌다고 하더군요."

사연은 이랬다. 그 가족은 평소에 불화가 심했다. 그런데 유기견을 입양한 뒤 묘하게도 가족의 사랑이 싹텄단다. "묘하지요.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에요."

조직은 사무국, 기획팀, 홍보팀, 유기동물복지팀, 교육팀, TNR팀 등 1국 5팀 체제다. 그중 홍보팀은 언론과의 연대 강화를 위해 올초 신설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일보에 보도된 '12평 연립에 고양이 40마리가 살았다니…'도 언론과의 연대 끝에 얻어낸 결과다. "앞으로 개 도살이나 사육의 불법성도 언론과 함께 다루고 싶습니다."

그는 지역잡지와 케이블TV의 기자 겸 방송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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