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노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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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헌드레드(homo-hundred). 유엔은 2009년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이상의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지칭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유엔 보고서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나라가 2000년 6개국에서 2020년 31개국으로 늘 것이라며 호모 헌드레드 시대 도래를 알렸다.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빠르게 늘고 있다. 1980년 65.9세에서 1990년 71.4세, 2000년 76.0세를 거쳐 2010년 80.7세(남 77.2세, 여 84.1세)를 기록했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다는 것은 90세 이상 노인이 늘고, 100세 인생 시대가 성큼 열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노후 난민(難民)' 급증이다. 노후 난민은 고령자가 빈곤 탓에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돼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는 계층을 이른다. 빠른 고령화로 노인 혼자 힘겹게 살다 죽은 뒤 한참 있다 발견되는 고립사(孤立死)가 늘고 있는 일본에서 처음 만든 말이다.

통계청이 10일 밝힌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65세 이상 1인 가구주가 2010년 105만 5천650명에서 2035년 342만 9천621명으로 224% 는다. 이들 중 미혼 노인은 2010년 1만 6천746명에서 2035년 10만 1천243명으로 504%나 급증한다.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긴 '나 홀로 가구'가 급증하면 노후 난민도 늘게 마련이다. 더구나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에 매달리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어 노후 난민 증가가 가속화될 조짐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정년 연장과 고령층 일자리 확대, 실직자 은퇴자를 배려한 사회보장체제 개편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공약으로 채택하여 국정과제로 지속 추진하기 바란다. 장지태 논설위원 jj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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