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 / 고운기
불상이 놓였던 자리… 새로운 왕이 태어났나
신라 황룡사터의 장육존상 좌대 자리다. 장육존상은 황룡사 9층 목탑, 진평왕 천사옥대(天使玉帶)와 함께 신라 삼보(三寶)로 불린 불상이다.
장육이란 16자 높이로 5m가량 된다. 불상의 높이가 장육이 넘으면 대불(大佛)이라고 했다. 한데, 오랜 세월의 흔적 때문일까? 그 모양이 마치 알을 깨고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알은 고대인에게서 신령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존재는 새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는 신령의 매개자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알에서의 탄생을 신의 출현과 통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건국신화에도 알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주몽이 그렇고, 박혁거세, 김수로가 그러하다.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2001년)를 시작으로 줄곧 삼국유사에 관한 글쓰기를 해온 고운기 한양대 교수가 이번엔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를 냈다. 신라 건국신화의 주인공 박혁거세를 비롯해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열한 명의 인물을 통해 그들이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요컨대, 주몽에게서는 물지게꾼 같은 전문성을 지녔다며 '물지게 리더십', 김수로는 낮은 자리에 있는 백성과 눈길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했다며 '눈높이 리더십', 박혁거세는 통치기간 61년, 고대 왕권국가의 문을 열었기에 '보따리 리더십'이라는 말을 붙였다.
특히 박혁거세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는 그의 탄생(난생)이 가장 중심에 있다. 그의 탄생은 곧 신라의 건국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은 신화를 통해 꼭 긍적적 리더십만 찾지는 않는다. 해부루와 금와, 그리고 견훤을 통해서는 부정적 리더십도 읽어낸다.
저자는 책 머리에 인용한 시를 통해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한다.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는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심을 감사하노라(중략)/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영국 시인 윌리엄 헨리의 '불굴').
리더는 불굴의 영혼을 믿고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그 사람이 바로 리더이고, 그게 진정 우리가 꿈꾸는 기적이다. 고운기 지음/현암사/344쪽/1만 5천 원.
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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