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집에서 신문을 펼치다 낯선 광고 전단을 발견했다. 서일본신문사가 발행하는 규슈 관광정보지 '규슈 비키' 여름호였다. 지난봄이 처음, 이번이 두 번째 발행이었다. 자기들은 여행 신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신문에 끼워 배달을 하니 '찌라시'라 부르는 광고 전단을 더 닮았다. 광고 전단은 특정 지역, 동네에 한정적으로 뿌리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규슈에 놀러 오라고 권유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이 부산 전역의 가정에 배달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 참 놀랄 만한 변화다. 부산과 규슈가 한동네라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신문에 전단을 끼워서 뿌리는 일은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1면에는 기타큐슈 시에 본사를 둔 저가 항공사 스타플라이어의 광고가 실렸다. 스타플라이어가 이달부터 기타큐슈~부산 노선을 취항, 하루에 2회 왕복 운항한다는 것이다. 스타플라이어는 흥미롭게도 첫 해외노선을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잡았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이번 여름호에는 지난 봄에 탄생한 규슈 올레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제주 올레를 본떠 기획한 사가 현 다케오,구마모토 현 아마쿠사 이와지마, 오이타 현 오쿠분고,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 가이몬 등 네 코스의 규슈 올레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단다. 규슈 올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이름 사용료와 코스 개발 및 운영 자문료를 지불하고 만들었으니 한국의 수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슈의 특산품인 '이까슈마이'(한치와 명태 살을 넣어 만드는 만두)를 소개하는 광고에도 눈길이 갔다. 이까슈마이를 어디서 봤더라? 맞다. 부산의 센텀시티를 비롯해 남포동과 용호동에서도 '이까슈마'라는 상호의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22일자 본보를 찾아보니 이까슈마이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요부코 지방의 특산물로, 40여 년 전에 '만보'라는 장인 기업이 처음 만들었다. 부산에 있는 태원F&B의 조길자 대표가 만보를 통해 이까슈마이를 처음 들여왔단다. 5일에는 부산롯데호텔에서 대규모의 규슈관광설명회도 열린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볼 때 부산과 규슈가 정말 한동네가 되어 돌아가는 모양이다.
휴가철을 맞아 많은 분들이 규슈를 찾을 것이다. 규슈는 일본 내에서도 향토 요리가 다양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규슈를 찾는 분들은 무엇을 보겠다는 계획 외에도, 무엇을 먹겠다는 계획도 미리 세워두시라고 당부 드린다. 그 나라, 그 고장을 짧은 시간에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음식이니까. 예를 들어 부산에서 유명한 돼지국밥과 후쿠오카의 돈코츠(豚骨) 라멘은 다르면서도 많이 닮아서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다. 돈코츠 라멘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데 돼지국밥은 경상도 지역을 벗어나면 왜 힘을 못 쓸까, 문득 의문이 생긴다. 두 음식의 처지가 꼭 부산과 규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제과협회 관계자들이 "어떻게 한국은 거리에 보이는 빵집 이름이 다 똑같으냐"고 의아해했단다. 우리는 왜 갈수록 모든 게 프랜차이즈로 획일화되는 것일까. 왜 장인정신을 가지고 대를 이어서 하는 맛집을 찾기 어려운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부산과 규슈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가까운 규슈 여행은 우리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가 있어서 좋다. 관심을 가지고 규슈를 뜯어보면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n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