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해양직업 인터뷰 / 서종표 한국어류육종연구소 소장·영어조합법인 해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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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종산업은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할 열쇠"

서종표 소장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육종산업은 미래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육종으로 ‘제주 넙치의 아버지’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는 제주도 한국어류육종연구소 소장·영어조합법인 해연의 대표이사 서종표씨. 그는 제주넙치의 아버지라는 표현에 “어림도 없는 일”이라 손사래를 쳤다.

 서 소장은 1986년부터 큰 형이 하는 양식장에서 일하며 양식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수정란 생산이나 신품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일을 할수록 현장의 한계를 느껴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공학과에 늦깎이로 문을 두드려 1995년도에 졸업한 뒤, 곧바로 어류 육종에 뛰어들어 올해까지 만 24년간 넙치 육종사업에 올인했다. 업계에 의하면 그의 해연수산과 한국어류육종연구소가 커버하는 넙치 종묘생산이 대한민국 생산량의 30%를 감당한단다. 국가도 아닌 민간 연구소가 이룬 업적치곤 대단한 성과다. 

한국어류육종연구소 로고
“넙치 알만 죽어라고 짰습니다.” 이미 국내 넙치 육종계에선 강호의 맹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는 육종 1.5세대이다. 그의 말대로 오로지 넙치알과 사투를 벌인 결과 오늘에 이르게 되었단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어류육종연구소는 제주넙치클러스터사업단에 참여, 성장ㆍ생존ㆍ육질ㆍ내병ㆍ체색 등에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신품종 육종넙치를 속속 개발해내고 있다. 황금 넙치, 내병성 넙치, 속성장 넙치 등인데 속성장 넙치의 경우 현재 F4세대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700평 규모의 육종 양식장을 경영하면서 아카데미즘과 현장의 간격 좁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넙치 같은 경우에 조기산란과 연중산란을 정착시켰지만, 정작 상품성은 나빠졌다는 것이 양식현장의 소리였습니다.” 기존의 육종으로는 물고기의 품질을 개선할 수 없고 단순히 수정

란만 생산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찾다보니 오늘의 육종에 이르게 된 것이란다.

이어서 그는 최근 주목받는 GMO(유전자 변형) 연어를 의식한 듯 “육종은 유전자 조작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물고기가 유전자조작으로 산업화된 것은 아직 있지도 않고 우리나라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육종의 친환경성을 먼저 설명한다.

사실상, 유전자 조작이나 변형은 웰빙이나 먼 미래에 대한 염려로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선발 육종이 최근에 가장 각광받는 방법이다. 

아무 일이나 먼저 길을 여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야 대등소이한 법이다.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처음 시도하던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한 세대를 만드는데 2천 마리의 개체를 샘플링하고 일일이 DNA분석하고 프로그램 만드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필이면 넙치 육종에 올인 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넙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양식하는 어종이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어종이기 때문입니다. 2005년부터 시작하여 지금 4세대 넙치를 생산 중”이라고 설명할 때엔 굉장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동안 이룬 업적 대단한데 이에 비해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넙치 육종쪽에서는 지금도 연구비가 수입보다 많이 들어가는 실정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양식하는 신품종이 있어서 소득원이 되어주고 있다”면서 “육종쪽만 보면 지금도 여전히 적자”라고 털어놓는다. 육종에서는 밑지고 양식에서 보전한단다.

그렇지만 그는 육종사업에 대한 전망을 두고 “지금껏 우리 나름대로 육종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진정한 의미에서는 육종이라기보다는 과학적인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부터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종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그는 “사실 육종은 단기간에 승패를 가리는 사업이 아니다”면서 “지금도 전망이 있지만 미래에는 핵심 산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덧붙여 “좋은 종자를 가진 자만이 1차 산업의 최종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사실상 넙치육종의 경우 우리가 힘을 합한다면 얼마든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넙치에 관해서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생산량, 수출량, 기술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연어 육종에 총 개발비의 80%를 정부가 부담하고 개발능력이 있는 민간산업체에 지원하여 역량을 집중하게 하였단다. “우리도 이 같은 국가적 지원이 정말로 절실합니다. 미루면 늦습니다.” 그의 호소에 진정성이 묻어났다.

그는 양식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친어들을 관찰하고 수정란 상태부터 살펴보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친어와 수정란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친자식과도 같기에 쳇바퀴 돌듯하지만 이 일은 어김없다.

양식장 외부전경 및 위성사진
그리고는 친어후보군을 선발하고 지느러미 일부를 절취하여 DNA를 분석하고 육종프로그램을 만든 후, 프로그램에 따라 친어들을 배치하다보면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른다. 연중 산란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룹별로 산란시기 조절 등을 하여야 하고 인위적으로 수온이나 조도를 맞추어야 하는 등의 일도 녹녹치 않다.

이외의 일들은 일반적인 양어관리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육종연구에서부터 물 관리, 물고기 살피기, 물고기 밥주기 등등 온갖 일이 다 그의 차지다. 이쯤 되면 시쳇말로 노가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하루일과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미래를 담보할 상품성이 뛰어난 개체를 길러내는 것이 보람이다.  
 
이 길을 준비하는 다음 세대에게 그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고 이 분야에 호기심과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어류 육종은 단순히 유전학이나 분자 생물학 등의 학문적인 부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물고기를 다루고 키울 줄 아는 것이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연구소 식구들과 함께
그가 결론적으로 말하는 육종은 “미래의 인류의 식량을 책임진 거대한 사명의 현장”이라는 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SEA&강승철기자ds5b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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