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대한항공이 8년만에 국내선 요금을 인상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국내선 운임 도미노 인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은 이번 대한항공의 요금 인상에 발맞춰 '국내선 요금 현실화' 문제를 꺼내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그동안 잠잠했던 국내선 요금 현실화 문제를 꺼내든 이유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선 요금의 인상이 해외 노선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선 요금 인상을 올린 항공사들과 준비 중인 항공사들을 바라보는 국내선 이용객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8년 만에 9.9% 인상 결정
해외노선 점유율 경쟁 치열
'수익성 악화' 항공업계
국내 운임 인상으로 돌파구△국내선 요금 인상 러시?= 대한항공은 오는 18일부터 국내선 운임(일반석 기준)을 현행 대비 주중(월~목) 평균 6%, 주말(금~일) 평균 12%, 주말 할증·성수기 평균 15% 등 전체 평균 9.9% 인상한다. 대한항공의 국내선 요금 인상은 8년만의 일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간 국내선 요금의 공공성과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운임이 동결돼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됐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대한항공의 요금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항공사들은 "인상을 검토 중"이거나 "아직 계획이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속으로는 대한항공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국내선은 '출혈 운행'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요금 현실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그동안 국내선 요금 현실화 문제를 대외적으로 적극 공론화시키지 않았다. 항공사들은 국내 노선에서 적자 운항을 하고 있었지만 해외 노선에서 올린 수익으로 그동안 국내 노선의 적자를 메워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노선에서 공격적 마케팅과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예전보다 떨어지자 국내선 요금 인상 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을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다.
△해외 노선 경쟁 격화=에어부산,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의 해외 근거리 노선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해외 노선 시장 점유율을 두고 항공사 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도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3월 부산~칭다오 노선(주 1회)에 신규 취항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보다 앞선 2월부터 주 3회 운항을 주 7회로 늘렸다. 앞서 에어부산은 지난해 3월 부산~세부 노선에 주 4회 신규 취항했다. 같은 해 10월 대한항공은 기존 성수기간에 전세편만 운항하던 것을 같은 요일, 같은 운항 횟수(주 4회)로 정기편을 신규 취항했다. 또 에어부산은 지난해 5월 부산~홍콩 노선에 주 3회 신규 취항했다. 대한항공은 10월 주 7회 야간 운행하던 것을 주 10회(주간 7회, 야간 3회)로 늘리고, 야간 운항은 에어부산의 운항 요일과 같게 바꿨다.
이와 관련,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이 '지나친 견제' 또는 '저비용항공사 죽이기'로 일관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일반적인 경쟁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일부 근거리 해외 노선과 시장성이 확인된 소위 '돈이 되는' 해외 노선을 둘러싸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저비용항공사들과 이에 대응, 견제에 나서는 대형 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점차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합리적 가격 경쟁해야=한 저비용한공사의 관계자는 "우리가 신규 취항을 하면 국내 항공사나 해외 항공사가 이에 대응해 공급을 늘리거나 신규 취항을 한다. 항공사 간에 해외 노선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저가 정책과 특별 할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항공권 중에는 특별할인 등으로 편도 10만 원 이하의 항공권이나 왕복 10만 원대의 저가 항공권이 나온 지도 오래다.
해외노선에서 수익을 기대했던 저비용 항공사들도 해외 노선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국내 노선 운임을 일부 인상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주말 탄력운임과 성수기 운임을 인상했고, 이스타항공도 이미 할증 운임과 성수기 요금을 3일부터 인상한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노선의 경우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가격이 떨어져 해외 여행객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국내 노선은 가격이 올라 국내 여행객들은 불리해지고 있다. 특히 철도 등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제주도의 경우 항공 운임 인상에 따라 교통비 부담이 커지고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돼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해외 노선에서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항공사들의 합리적인 가격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해외 여행만 장려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