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창원 옛마산 예술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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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을 걷어내고 삶의 온기 피워올리는 아름다움의 힘!

마산 창동이 예술 덕분에 살아나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열린 아트 페스티벌 기간에 한 작가가 거리에서 대형 태극기 형상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찍부터 예술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여행을 다니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도 들어가게 되며, 점차 예술이 좋아졌다. 여행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에 공감하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창원시의 일부가 된 마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까닭도 예술 때문이었다. 마산은 왕년의 '전국 7대 도시'에서 쇠락하고 말았다. 최근 도심에 '창동 예술촌'이 조성되며 활기를 찾을 조짐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산 르네상스'가 궁금해졌다.







·마산의 자랑 '문신미술관'
 

마산의 자랑인 문신미술관의 전경.
마산에 사는 분들은 다들 문신미술관이 마산의 자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산에 도착해 가장 먼저 문신미술관으로 향했다. 문신(文信·1923~1995)은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서울 올림픽공원에 세워진 '올림픽 1988'이 그의 작품이다. 모르고 지나쳐서 그렇지 문신의 작품은 마산은 물론이고 부산이나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문신미술관 홈페이지 '전국 소재 작품' 참조, moonshin.changwon.go.kr)

문신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나이가 들자 자신이 태어난 마산으로 돌아왔다. 바다가 보이는 추산동 언덕에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15년 만인 1994년에 개관했다. 그에게 미술관 건립은 평생을 간직하고 있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5년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문신미술관은 시에 기증되어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되어 오고 있단다. 고향이 대체 무엇이기에…. 위대한 작가의 수구초심에 머리가 조아려진다.

문신미술관은 시원한 조망, 푸른 잔디, 분수까지 갖춰 공원 느낌이 난다. 전시된 작품도 볼 만하지만 문신미술관 자체가 그의 작품이다. 미술관 전체가 기하학적 구도로 일체감 있게 조성되었다. 전시물을 돌아보다 문신이 1972년 세계 최초로 지하철 전시를 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본 소감? 미술관에 이런 일화가 적혀 있다. 누군가가 문신에게 "이것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표현하려 한 게 아니고 그 자체가 표현된 거다. 요컨대 숨겨져 있던 생명이 미로서 나타난 거다"고 답했다.

문신미술관 바로 앞 추산 야외 조각 미술관에서는 초대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문신미술관 옆에는 마산박물관이 있어 함께 구경해도 좋겠다. 문신미술관 뒤편으로 올라가면 추산근린공원과 이어진다. 이곳 회원현성지(會原縣城址)로 올라가는 길이 마치 하늘로 가는 철길 같다. 회원현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망루에서 맞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문신미술관 개관시간 오전 9시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어른 500원, 어린이 200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길 147. 055-247-2100.



생명력 넘친 조각이 아름다운 문신미술관

도시의 활기 다시 끌어낸 창동예술촌

'9경'에 꼽히는 마산의 명물 팔용산 돌탑



·창동 예술촌이 이끄는 '마산 르네상스'

 
창동 예술촌의 골목에는 예술 나무가 자라고 있다.
창동 예술촌은 문신미술관과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창동이 어떤 곳인지 스토리를 알고 가면 더 재미가 있다. 1980년대에 마산은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고, 경기도 제일 좋았다. "마산 택시가 전국에서 제일 돈벌이가 된다"고 했던 시절이었다. 밤이면 사람들이 창동과 오동동으로 몰려들었다. 화무십일홍! 경기불황에 따른 급격한 도심 공동화로 창동은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긴 채 빈 점포가 줄을 이었다.

예술은 빵이 아니지만 생명의 포도주라고 했다.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도심에 예술촌을 조성해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빈 점포 50개를 임차해 50명의 예술인들에게 2년간 무상으로 주고, 마음껏 예술 활동을 하라고 장을 마련해 주었다. 예술가들이 모여들자 거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동예술촌은 예술인과 시민이 소통하는 '에꼴 드 창동 거리', 추억을 재연하는 '마산예술흔적 거리', 조각가 문신을 재조명하는 '문신예술 거리' 세 가지 테마로 구분이 되었다.

굴렁쇠를 굴리는 모습의 벽화를 어린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열린 아트 페스티벌 기간에 찾은 창동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거리에서 손도장을 찍어 대형 태극기를 만들던 한 작가가 행인들에게도 참여를 권했다. 예술의 씨앗이 뿌린 나무가 재크의 콩나무처럼 벽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골목에 자리를 잡은 새들도 날아갈 줄을 모르고, 커다란 개미는 벽을 타고 올랐다. 아이들은 굴렁쇠를 굴리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창동 예술촌에는 아트홀, 공방, 화실, 벼룩시장, 얄개만화방, 창동방송국, 고서방, 스튜디오, 갤러리, 라이브카페, 추억의 막걸리집, 문신예술기념관, 영화 영상 체험관, 초크아트체험관, 소품 잡화상, 스톤아트, 유리아트, 파리 테마 커피숍, 탱고클럽, 사진 박물관 등이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창동 거리를 지나면 너무 조용했는데 이렇게 활달한 모습을 보니 정말 즐겁단다. 주차장과 쉼터까지 빨리 마련되면 좋겠다.



·신비스러운 '팔용산 돌탑'
 
마이산에 버금가는 팔용산 돌탑.
기왕 마산까지 왔다면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팔용산 돌탑이다. 우리나라에서 돌탑으로는 전북 진안의 마이산이 유명하지만 팔용산 돌탑도 뒤지지 않는다. 귀여운 애기돌탑부터 시작해 사열받는 병사들처럼 빼곡하게 늘어선 돌탑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 많은 돌탑을 누가, 왜 만들었을까. 돌탑은 마산시 공무원이었던 이삼용 씨의 작품이다. 이 씨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돌탑을 쌓고, 오전 8시께 시청으로 출근하는 이중생활을 19년 동안 했다. 이렇게 팔용산 일대에는 '마산의 마이산 돌탑'으로 불리는 돌탑 956개가 만들어지고, '마산 9경'의 하나가 되었다. 사람이 못할 일이 없다. 이 씨의 목표는 1천 개의 돌탑이다. 999개까지 쌓은 뒤, 마지막 1개는 통일이 되면 쌓겠단다. 그와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을 빌어 본다.

팔용산 산자락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오랫동안 마산에 식수를 공급해 온 봉암저수지가 있다. 저수지까지 가는 산책로가 걷기에 좋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찾아가는 길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서마산 IC로 빠져 나와 오른쪽으로 200m정도 내려오면 산복도로가 나온다. 산복도로를 따라 합포고등학교를 지나서 오른편에 있는 자산약수터가 있는 육교에 못 미쳐 좌회전한 뒤 조금 더 내려오면 왼편에 문신미술관이 있다. 1시간 10분가량 소요. 문신미술관에서 창동예술촌까지는 7분 소요. 지산삼거리로를 따라 700m쯤 가다 좌회전해서 3·15대로를 따라 200m를 이동해 좌회전한다. 다시 남성로를 따라 500m 이동해서 좌회전한 뒤 창동거리길을 따라 100m 가면 된다.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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