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위)과 '두 개의 문'. 부산일보 DB
영화제에서 일하는 덕분에 사람들한테서 흔하게 듣는 두 가지 말이 있다. 극장이 너무 많다는 말과 볼 영화가 너무 없다는 말이다.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극장 숫자 덕분에 도시 가까이에서 괜찮은 극장을 찾는 것은 십 년 전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가기가 수월해졌다고 해도 정작 볼 수 있는 영화들은 제한된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작품들뿐이다.
■ '동성애'·'외면당한 진실' 각각 담아최근 개봉한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과 김일란, 홍지유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역시 아주 적은 극장에서 소개되는 영화들이다. 물론 두 영화는 극장운영자라면 관객 다수가 선택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한국영화다. '두결한장'은 동성애를 중심에 둔 퀴어영화다. 결혼 적령기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 대신 위장 결혼을 선택한다는 엉뚱한 설정과 동성애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내면서 좀 더 상업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퀴어영화에 거리감을 느꼈던 관객들이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애쓴 작품이다.
홍보를 위해 여러 노력도 기울였다. 만화가 박희정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를 원안으로 새롭게 해석한 또 다른 버전의 카툰을 연재하고, 김조광수 감독의 인터뷰집이 출간되고, 개봉 전 많은 시사회를 열어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의 대화를 계속했다. 모든 것이 영화를 좀 더 알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두 개의 문'은 2009년 한국사회 인권의 리트머스였던 용산참사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우리 문제로 통감하게 한 다큐멘터리다. 작품 상영을 위해 800명으로 배급위원단을 구성했다. 이런 시도는 흔히 소규모 예산으로 극장 개봉을 진행하는 독립영화 배급 및 홍보 방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기도 하고, 이미 시효가 지난 이야기라고 여겨졌던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계속하려는 사회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 '새로운 시도'만이 신화 창조의 원천퀴어영화라는 낯선 내용과 외면당한 진실의 문을 들어가는 다큐멘터리. 두 작품이 선택한 길은 누가 뭐래도 좁은 문이다. 하지만 알고 선택한 길이기에 누구보다 관객들과 만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선택뿐만 아니라 극장을 잡는 일 역시 좁은 문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간이 흐른다면 한국사회에서 예술가들에게 쉽사리 좁은 문으로 걸어가기를 강요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달 민간독립영화 전용관이 재개관했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많은 사람의 지지와 지원 속에 탄생한 민간독립영화 전용관은 이러한 아쉬움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다큐멘터리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던 '워낭소리'도 한 달 동안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전 회차를 상영했기 때문에 300만 명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신화는 쉽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양한 영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 때 더욱 흥미진진한 새로운 신화가 쓰일 수 있다. 더 많은 극장이 새로운 시도에 눈과 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은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한 요청이다.

홍효숙/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