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알지 못했던 삼다도의 맛, 여기서 제대로 즐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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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떠나는 로컬푸드 여행

또와식당. 순대·순댓국

바람 많은 제주에는 별난 음식도 많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돌아다니다 음식 속에 숨은 제주도의 특별한 역사를 만났다. 한 그릇의 음식에는 이렇게 역사와 사람들의 생활상이 같이 들어 있었다. 제주도 미각여행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또 다른 제주도를 만났다.


또와식당

제주도에 가서 순대를 안 먹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유목민족의 휴대용 식량이었던 순대는 몽고의 침략과 더불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몽고의 발 빠른 기마부대는 결국 각국에 순대를 배달했던 셈이다.

소시지는 유럽판 순대이다. 소시지의 강국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살라미도 몽고의 유럽 진출로 전해진 것이란다. 피순대는 고려시대 몽고군이 제주도에 주둔하면서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순대로 이름난 동문시장의 '또와식당'을 찾아갔다. 그 종류 한번 버라이어티하다. 막창백반, 순대백반, 내장백반, 막창순대, 창도름(막창의 사투리), 내장안주 등등. 다른 지역에서 결코 넘보기 힘든 순대에 관한 전문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갓 삶은 고기가 참 부드럽다. 남의 내장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새우젓, 소금, 간장 소스 등에 찍어 먹는 방식도 다양하다. 부산이었다면 당연히 나왔을 막장이 없어 살짝 아쉬웠다. 지역마다 먹는 방식이 다르다.

가마솥에 누렇게 끓여 나오는 순대국밥의 국물은 사골 같은 진국이다. 이 순대국밥은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북방 유목민족의 음식인 순대가 한반도의 탕반(湯飯) 문화와 만나 순대국밥으로 어우러졌다. 국물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우리의 음식문화가 순대를 물에 빠뜨린 것이다. '또와식당'에는 이 국물에 국수를 만 고기국수도 있다. 돼지국밥과 이란성 쌍둥이, 제주도 특유의 음식 고기국수도 시도해 보시라.

또와식당. 순대국밥 5천 원, 순대백반 6천 원, 막창백반 7천 원. 제주도 제주시 일도1동 1148의 2 동문시장. 064-52-0446.


은희네해장국

다시 몽고 이야기. 몽고군이 그 넓은 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던 배경의 하나로 선지(짐승 피)가 꼽힌다. 몽고군은 여러 마리의 말을 줄로 엮어 함께 끌고 다녔다.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는 동시에 말을 식량으로도 사용할 목적이었다. 장거리 이동을 하다 휴식을 취할 때면 몽고 기병은 말의 정맥에 상처를 내어 피를 마셨다. 보통 말 한 마리당 0.5L의 혈액을 열흘 간격으로 돌아가며 마셨다. 이러면 말에게 무리를 주지 않고도 병사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단다.

은희네해장국. 해장국
선지는 훌륭한 영양공급원이었지만 나라와 민족마다 먹는 종류는 달랐다. 우리나라는 선짓국에 소 피, 순대에는 돼지 피를 넣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은 말의 피를 마셨고, 중국에서는 오리 선지를 주로 먹었다.

'은희네 해장국'은 선지가 든 소고기해장국 단 한 종목만 파는 집이다. 공항과 가까워 제주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 혹은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내용물이 꽉 찬 해장국은 처음 본다. 선지는 물론이고 양지, 콩나물, 시래기, 당면이 그득하다. 고추기름을 넣은 양념이 진짜 얼큰해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해장하러 왔는데 이때쯤이면 꼭 술 생각이 난다. 해장국을 한 그릇씩 따로 끓여내는 정성이 들어갔다. 오전 6시~오후 3시,주말에는 오후 2시까지만 영업하는 자신감도 보기에 좋다.

은희네 해장국. 소고기해장국 6천 원. 제주 제주시 일도2동 357의 4. 인화동 LPG충전소 뒤편. 064-726-5622.


우정회센터

육지에는 없고 제주도에만 있는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우정회센터'의 꽁치김밥이다.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 엽기스럽기까지 하지만 확실히 맛은 괜찮다. 현존 제주도 음식 가운데 인기상을 수여한다면 단연 일 순위. 분명 소문을 듣고 왔는데 '우정회센터'는 횟집이고, 차림표에는 꽁치김밥이 나와 있지도 않다. 꽁치김밥은 원래 생선회나 해물탕을 시켜 밥 대신 먹는 요리로 출발했다.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며 이제는 꽁치김밥만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많다.

우정회센터. 꽁치김밥
김밥에는 꽁치구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한쪽에는 머리, 또 다른 쪽에는 꼬리가 삐죽하게 튀어 나왔다. 내장은 제거하고 큰 뼈도 다 발라냈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이 꽁치김밥, 비리지는 않을까? 신기하게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하다. 인터넷에는 꽁치김밥 레시피까지 올라와 있다. 집에서도 이걸 만들어 먹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꽁치김밥을 파는 곳은 전국에 여기밖에 없다.비린내를 없애는 이 집만의 노하우를 따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소금간이 되어 먹기 좋게 짭짤하다. 잘 익은 김치를 올려 먹으니 더욱 맛있다. 꽁치김밥의 재료는 밥과 꽁치, 단 두 가지다. 형광물질(?) 단무지 따위는 안 들었다.

강나경 대표는 "꽁치김밥은 아무나 못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뼈를 빼내는 방법도 다르다. 장모님이 꽁치김밥을 개발한 지 5년 되었다"고 말한다. 먹는 일은 재미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날 수조에서는 고등어가 멀뚱멀뚱 눈을 뜨고 사람들이 꽁치김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주도 고등어 활어회도 괜찮아 보인다.

꽁치김밥 1줄에 3천 원.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266의 6. 서귀포올레시장 입구. 064-733-8522.


제주신라호텔

영국의 작은 어촌 마을인 패드스토는 릭 슈타인(Rick Stein)이라는 요리사가 차린 시푸드 레스토랑 덕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 음식이 지역의 산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제주신라호텔. 더 파크뷰 뷔페
지난 3월에 문을 연 제주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를 보고는 영국의 그 레스토랑 생각이 났다. 특1급 호텔 레스토랑답지 않게 로컬 푸드 콘셉트로 요리를 선보이는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진 덕분이었다. 뷔페 특유의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고, 파인다이닝 고급 레스토랑 같은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다. 낮은 선반으로 눈높이를 맞춘 어린이 코너는 설탕을 줄이는 세심한 신경까지 썼을 정도다. 제주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와 닭, 제주 근해에서 놀던 생선이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재료가 신선하면 과다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자연의 맛을 그대로 전할 수 있다.

하루에 두 번씩 종을 쳐서 알리며 제공되는 한라산 불로탕은 이 같은 제주 로컬 푸드의 정점이다. 신선도를 강조해 딤섬도 중국의 전문가가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든다. 냉장 요리는 다시 조리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생기지만 금방 조리한 요리에는 수분이 거의 없어 요리 본연의 맛을 더 깊게 즐길 수 있다. 바비큐 오븐에는 고기뿐만이 아니라 키위, 파인애플, 사과, 오렌지도 함께 굽는다. 과일을 구우면 당도는 높아지고 비타민 함유량도 많아진다. 좋은 레스토랑과 만난 로컬 푸드가 날개를 달았다.

제주신라호텔 더 파크뷰.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3039의 3. 064-735-5334. 디너뷔페 오후 6시~9시 30분. 성인 8만 2천500원, 어린이 4만 7천300원(세금 포함).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 '울이삐'(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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