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 약물치료만 해도 70% 이상 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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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발작과 경련을 2번 이상 반복할 때는 뇌전증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진은 뇌파검사 장면. 대동병원 제공

과거에 '간질'이라고 불리던 질환이 '뇌전증'으로 이름을 바꿨다. 간질이라는 병명에 사용되는 한자 '간(癎)'이 경기, 지랄병이라는 뜻이어서 편견과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을 정신병, 유전질환, 불치병으로 잘못 알고 있으며, 심하게는 귀신이 들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유전병 아니고 난치병도 아니다
뇌신경세포 기능 이상이 원인

최근 새로운 약 잇단 개발
식이요법 · 수술 등 치료법 다양

전체 10% 안 되는 난치성 환자
케톤 식이요법 · 수술로 큰 효과


대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병희 과장은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면 환아의 보호자 중 상당수가 눈물을 보인다. 그만큼 뇌전증은 이름만 들어도 무섭고 받아들이기 힘든 병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간질 대신에 뇌전증이라는 부드럽고 기능적인 어휘를 사용하므로써 질환에 대한 거부감을 우선 줄이고,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나 사회적 불이익을 감소시키기 위해 병명을 바꾼 것이다.

이달 초 대한뇌전증학회(회장 김흥동)가 뇌전증 환자가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환자권리선언을 하기도 했다.


# 발병률 1~1.5%, 유전질환 아냐

뇌전증 환자는 어느 정도나 될까. 사직야구장에 3만 명 가량의 관중이 모였다고 가정하면 이 중 300명 이상이 뇌전증 환자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1~1.5%가 뇌전증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소크라테스, 나폴레옹, 고흐, 도스토예프스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들도 뇌전증을 앓았다.

뇌전증을 진단하고 나면 많은 부모님들이 유전 여부에 대해 궁금해 한다. 부모 중 한 쪽에 뇌전증이 있다고 할 때 자녀에게 같은 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4% 정도다. 양부모가 모두 뇌전증 환자라면 자녀에게 뇌전증이 발생할 확률은 10% 정도라고 한다.

부모가 뇌전증일 경우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해서는 약 4~8배 정도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정도다.

그러나 뇌전증은 유전병이 아니다. 주변에 아주 흔한 당뇨병을 예로 들면, 질환이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당뇨에 걸릴 확률은 20~40% 정도다. 하지만 당뇨병을 유전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


# 난치병, 불치병 아니고 70% 완치 가능

뇌전증은 뇌가 아픈 만성질환이다. 뇌신경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으로 뇌에 전기가 발생해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손상이나 뇌기형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60% 정도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증상도 다양하다. 환자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지에 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이 있고, 정신을 잃어 의식은 없어도 쓰러지지 않고 가만히 있는 소발작도 있다. 실제로는 뇌전증이 발병했지만 경미한 발작이라 쉽게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몇 초간만 의식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하는 증상, 전기 쇼크를 먹은 것처럼 움찔거리는 증상, 이상하게 웃는 증상, 자다가 입 주위가 마비되는 증상 등은 주변에서도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케이스다.

뇌전증은 치료기간이 길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불치병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약물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식이요법과 수술과 같은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했다,

그래서 과거에는 경련을 조절하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증상을 완전히 없애는 완치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

손병희 과장은 "뇌전증을 조기에 진단해 3~5년 정도 약물치료를 하면 7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적은 난치성 환자는 10% 이하 정도이며 이 경우에는 케톤 식이요법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항경련제는 발작의 형태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적절한 항경련제를 사용하지 못하면 발작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항경련제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충분한 기간 동안 빠지지 않고 잘 복용하여야 한다.


# 수술 후에도 경련 땐 뇌심부자극술

약물치료에 효과가 적은 경우 케톤식이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케톤성인 지방과 비케톤성인 당과 단백 비율을 4 대 1 정도로 맞추어 식사 하는 방법으로 2년 정도 치료한다. 그러나 모든 식사를 주로 지방으로 먹기 때문에 중간에 탈락하는 아동들이 많은 것이 단점이다.

난치성 뇌전증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수술이다. 수술에 앞서 뇌영상 검사와 뇌파 검사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검사다. 뇌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인지검사도 해야 한다.

뇌에서 이상 전기가 발생되는 부위를 절제하는 측두엽 절제술, 국소적 뇌 피질 절제술, 대뇌반구 절제술 등이 있다. 뇌전증 환자의 몸에 작은 자극기를 삽입해 지속적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미주신경자극술이 시행되기도 하고, 수술 후에도 경련이 지속될 경우 최근에는 뇌심부자극술이 시도되고 있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대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병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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