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당분간 해운대 벡스코로 이어질 것 같다. '아트쇼부산2012'가 끝나기 무섭게 이번엔 세계적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49·David LaChapelle)의 전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앤디 워홀에게 발탁돼 그와의 특별한 인연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블루칩' 사진작가이자 팝아티스트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데이비드 라샤펠.
그의 개인전이 부산일보 주최로 벡스코 신관 전시홀 3층에서 오는 16일부터 9월 16일까지 3개월 동안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전시다.
부산 전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비드 라샤펠 컬렉션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2012년까지 30여 년간 작업한 그의 다양한 작품 2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마돈나, 우마 서먼, 엘리자베스 테일러, 데이비드 베컴, 엘튼 존, 힐러리 클린턴 등 세계 각국의 배우나 유명인의 개성을 담은 사진들.
휴머니티, 재난, 재해, 자연, 환경, 삶과 죽음, 과도한 소비문제 등의 주제를 다루며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화두로 한 작품도 선보인다. 대형 햄버거가 여성의 몸에 내리꽂힌 장면을 사진으로 연출, 패스트푸드의 남용으로 말미암은 현대 사회의 폐해를 풍자한 2001년 작 '햄버거로 인한 죽음(Death by Hamburger)'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잭슨이 대천사 미카엘이 되어 악마를 정복한다는 설정도 관람자에게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사진 속 마이클 잭슨은 정복자임에도 영웅이라기보다는 외로운 전사의 모습에 가깝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우상을 필요로 하다가도 우상의 추락을 목격하려는 비뚤어진 쾌락을 가진 대중을 향한 라샤펠의 일침이다. 폐허가 된 배경을 뒤로 하고, '오뜨꾸뛰르' 의상을 입고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담은 사진도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우리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이번 부산 전시에서는 서울 전시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최근작 20여 점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 공식 개막 하루 전인 15일에는 특별히 '도네이션 데이' 행사도 준비돼 있다. 관람객은 벡스코 제2전시장 3층, 데이비드 라샤펠 한국 특별전 부산 전시실에서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선착순으로 입장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료는 관객이 내고 싶은 만큼 기부 상자에 넣으면 된다. 입장은 오후 5시까지 마치도록 했지만, 관람은 오후 7시까지 할 수 있다.
'도네이션 행사'를 기획한 최요한 총감독은 "데이비드 라샤펠의 평소 기부와 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작가의 정신에 공감해 전시 개막식의 화려함을 배제하고 관객과 함께 좋은 일을 하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라샤펠 전시를 둘러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시장 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배우 남궁민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작품 설명과 작가의 작품의도도 들을 수 있다.
낯설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부끄럽기만 한 현대인의 자화상. 그의 작품은 화려한 스타의 모습이 아닌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우리 현실의 문제를 담고 있다. ▶데이비드 라샤펠 전=16일부터 9월 16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 신관 전시홀 3층. 입장료 1만 2천 원. 051-747-5526.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