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공짜 마케팅, 전업기사 '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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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메이저 회사에서 전업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던 A(47) 씨는 최근 고객을 배정받을 때마다 운임의 30%를 수수료로 내는 아르바이트로 전환했다. 매주 회사에 주비(수수료) 15만6천 원을 내고도 한 달에 250만 원이라는 제법 괜찮은 소득을 올렸던 A 씨가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는 회사의 공짜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공짜 마케팅이 등장한 것은 최근 한 업체가 3번 이용하면 1번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영업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기존 대형업체의 자회사 격인 이 업체는 유명 방송인을 모델로 라디오광고를 하는 등 대대적 공세로 기존 업체들을 위협했다.

이에 질세라 A 씨가 소속된 회사에서도 자회사를 만들어 더 파격적인 조건으로 맞불을 놓았다. 인기 개그맨을 내세운 광고도 쏟아내고 있다.


수입 급감 따라 아르바이트 전환도

대형업체 시장 독점 · 요금 인상 우려



공짜 마케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로 고객들의 콜이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회사로서는 손님들의 요청에 일일이 기사를 배정할 수 없게 됐다.

회사가 선택한 방법은 기존 모회사에 소속된 기사를 동원하는 것. 하루 중 일정 시간동안 자회사 콜 손님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별도의 식비를 제공하고 기존 회사의 콜까지 안정적으로 우선 배정해주는 방식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기존 대리운전 기사들의 일감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똑같이 주비 15만6천 원을 내고 있지만 손님 배정에서는 무료 마케팅을 쓰는 자회사 일을 하는 기사들에게 우선순위가 밀리게 된 것이다.

A 씨는 "부산에서 제일 큰 업체인데다가 인지도도 꽤 있어 통상 10~20분을 넘기지 않고 콜을 잡을 수 있었는데 자회사의 공짜 영업이 시작된 이후로는 30분 이상 길거리에서 방황하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A 씨는 공짜 마케팅이 도입된 이후 자신의 소득이 20%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회사 콜을 배정받으려면 한 콜 당 3천 원의 별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사들은 결국 주비가 인상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대리점과 총판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회사 일을 하는 기사에게 제공되는 하루 6천 원의 식비를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는데다 소득 감소에 못 견딘 소속 전업 기사들이 스스로 아르바이트로 떨어져 나가면서 자연히 소득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업 기사가 내는 주비 15만6천 원 중 본사에 들어가는 7만8천 원을 뺀 나머지 7만8천 원은 대리점과 총판에 배분된다. 전업 기사들이 아르바이트로 전환하면 그만큼 총판의 고정 수입도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라이터와 전단지 등 각종 홍보물 제작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 대리점 점장은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공짜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정작 피해는 기사와 대리점에서 보고 있다"고 불평했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자금력이 약한 업체가 손을 들고 나면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고 이 업체가 요금인상을 추진할 우려까지 있는 만큼 부산시나 공정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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