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 소설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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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대문학사의 첫 페이지에 여성문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문인의 창작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명순은 1917년 소설 '의심의 소녀'를 발표했다. 나혜석은 1918년에 소설 '경희'를, 김일엽은 1920년 소설 '계시'를 각각 발표했다. 이광수가 우리나라 최초 근대소설로 평가되는 '무정'을 발표한 것이 1917년이었다. 김명순, 나혜석, 김일엽 등 여성 작가들은 이광수와 동시대에 문학 활동을 했던 셈이다.

송명희(사진) 부경대 국문학과 교수는 "남성들이 기술한 문학사에서 여성 작가와 작품은 배제되고 그 가치가 폄하되거나 삭제된다"며 "페미니즘 문학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송명희 부경대 교수
'외로운 사람들' 번역서 출간
소외된 존재 보듬는
'페미니즘 비평' 함께 펴내



페미니즘 문학 연구에 천착해 온 송 교수가 페미니즘 관련 저서 두 권을 함께 냈다. '김명순 소설집 외로운 사람들'(한국문화사)과 '페미니즘 비평'(한국문화사)이다.

'김명순 소설집 외로운 사람들'은 나혜석, 김일엽과 함께 활동한 근대여성작가 1기인 김명순(1896~1951)의 소설집을 현대어로 번역한 책이다. 김명순은 1917년 이광수의 추천을 받아 '의심의 소녀'를 '청춘'에 게재하면서 등단했다. 송 교수는 번역소설과 소년소설을 제외한 김명순의 소설 15편을 현대어로 풀고 주석을 달았다. 평양 출신인 김명순의 작품에는 생소한 북한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때문에 송 교수는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말 대사전'을 들춰가며 2년간 번역 작업에 매달렸다.

송 교수는 "김명순은 시적인 문체를 구사했으며, 인물에 대한 지적인 분석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고 했다. 김명순은 일본 유학 중에 당한 성폭력 사건 이후 각종 스캔들에 시달렸으며, 가난과 정신병으로 고통 받다가 1951년 일본에서 사망했다.

'페미니즘 비평'은 페미니즘 이론, 페미니즘의 문학비평과 실천비평을 아우르는 이론서다. 페미니즘이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급진주의, 사회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생태주의 등 시대사조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면서 이론을 구성해왔음을 보여준다. 여성문제 자체가 하나의 이론만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페미니즘의 품 안에서 여성이란 젠더뿐만 아니라 제3세계, 하층계급, 흑인 등 세상의 억압 받고 소외된 존재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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