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문서관리청 보관 미군 기록사진 최초 공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첫 소아과 '해피마운틴' 아세요?

1951년 6월 11일, 부산의 소아병원 '해피마운틴(Happy Mountain)'. 병원 입구로 가는 가파른 계단을 한 어린이가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목발에 의지한 아이의 오른쪽 발은 잘려나가고 없다.

병원 입구에는 영어로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다른 모든 위대한 나라처럼, 한국의 미래는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교육과 복지에 달려 있다."

해피마운틴은 소아 전문병원이자 고아원이었다. 미군은 해피마운틴을 한국 최초의 소아과병원이라 기록했다. 해피마운틴은 그 동안 부산 향토사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설로, 병원의 위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 시민공원추진단
군사용 등 400여 장 입수
해방~6·25~1960년대
'격동의 현장' 부산 생생
본보 3일 간 화보로 소개


미군은 해피마운틴에서 전쟁고아들이 치료를 받거나 고아원에서 밥을 먹는 장면 등을 촬영해 한국전쟁 참전의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부산 서면교차로 일대는 포로수용소 막사 천지였다. 현재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사 주변에서 시작한 거제리 포로수용소는 전쟁이 지속되면서 급속도로 확장됐고, 포로가 최대 14만 명까지 늘었다.

서울에서 포로가 된 송종태(당시 12세) 군은 1951년 1월 부산의 포로수용소 학교를 다녔다. 미군들은 워너 브러더스의 만화 캐릭터 '벅스 바니'와 닮았다고 해서 그를 벅스라 불렀다. '벅스'는 스무 살 미군 경비병과 다정하게 사진도 찍었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 생생한 부산의 속살을 고스란히 담은 미군 기록 사진들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본보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다.

이들 사진은 미군이 주둔했던 하야리아 기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는 부산시 시민공원추진단이 지난 1월 직접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통해 입수한 400여 장의 사진 가운데 일부로, 미군 공식 사진촬영단이 군사 목적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들 가운데 다수는 미 정부에 의해 한동안 군사기밀로 분류됐었다.

사진들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친 다음 1960년대까지 부산 지역의 주요 시설과 생활상을 담고 있어 향토사 연구에 소중한 자료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진을 통해 한국전쟁 전후 부산시민의 모습과 일본군, 한국전쟁 발발 이후 하야리아 기지와 포로수용소,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 등 주요 장소, 휴전반대 시위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부산시는 내년 말께 개장할 부산시민공원 역사문화관에 이들 사진과 함께 그동안 수집한 하야리아 기지 관련 역사 자료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본보는 5일부터 3일간 특집 화보로 주요 사진을 소개한다.

부산시 시민공원추진단 관계자는 "비록 미군의 시각에서 기록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인 만큼 부산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향토사를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