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54> 왕우럭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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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이 맛도 좋아 "과연 명품일세~"

왕우럭조개는 백합목 개량조개과 왕우럭속에 속하는 '명품' 조개이다.

경남 거제, 마산, 사천과 전남 여수 등지의 남해안 수심 15~20m 정도의 모래가 섞인 진흙에 살기 때문에 잠수부가 고압 호스를 이용해 모래를 날린 다음에 캐내야 한다.

속살 무게만 500g달해
여름철 보양 음식 선호


왕우럭조개는 '왕'이란 접두사에 걸맞게 크기도 큼직하다.

보통 3년 정도 자라면 13~18㎝ 정도의 성패가 되는데, 껍데기를 뺀 속살 무게만 해도 족히 500g은 된다. 껍데기가 두꺼워서 옛날에는 밥주걱으로 사용했을 정도이다.

일반 조개류가 물이 드나드는 수관을 껍데기 속에 숨기고 사는데 반해 왕우럭조개는 불에 탄 듯 검고 거친 수관을 항시 바깥으로 노출시켜 과시하고 있다.

그 모습에서 말의 성기를 떠올리며 스태미나 식품으로 생각해 기를 쓰고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편 동해안에는 왕우럭조개와 닮은 코끼리조개가 살고 있다. 코끼리조개는 왕우럭조개와는 전혀 다른 종으로 황갈색의 수관이 코끼리 코처럼 길다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코끼리조개는 껍데기가 직사각형이고 앞 뒤 끝이 모두 열려 있으며 동해안의 강릉, 속초 등지에 서식한다.

왕우럭조개는 거무튀튀하고 투박하게 생긴 겉모양을 봐서는 맛은 어떨까 싶은데, 수관은 더운물에 살짝 데친 후 껍질을 벗겨 초밥에 사용한다. 사용하기 전에 소금과 식초를 넣은 물에 씻는 것이 좋다. 또 초밥을 만들어 레몬즙을 뿌린 뒤 소금을 찍어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쫄깃하게 사각사각 씹히는 맛과 깊은 단맛, 입안에 흘러넘치는 바다향기가 탁월하다.

왕우럭조개는 생것으로도 먹지만, 더운 물에 살짝 데치면 육질이 야들야들해지고 생식소 등 내장까지도 모두 먹을 수 있다.

조갯살 전체를 잘게 썰어 인삼과 찹쌀, 마늘, 참기름을 넣고 푹 끓이면 진한 우윳빛 국물이 나오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고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삼계탕에 비견될 정도이다.

왕우럭조개는 1~6월이 제철이며 신선하지 않은 것은 껍데기 색이 하얗게 변하므로 구입 시에는 가능한 껍데기의 색이 검은 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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