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⑨ 현대를 탐닉하다 / 이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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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계급사회

현대인-1

이동근의 '현대인'시리즈에서 읽는 두 가지 키워드는 문화적 외적 형식(기표)과 나르시시즘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스크린 골프, 산악자전거, 에어로빅 따위의 레저문화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즐기는 인물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문화란 것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이들이 실제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문화를 향유하는 기표를 통해 윤택한 삶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속 인물을 문화의 향유자 또는 문화의 소비자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동근은 자신의 카메라를 응시하는 이들의 시선을 통해 경제·문화·사회적 체제를 관망하고, 이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은 불친절하지만, 카메라를 피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감 있는 늠름한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이 중요하다. 이들의 시선과 자세에서 타인에게 나르시시스트로서의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엿보인다.

오늘날 스포츠는 취미나 여가라기보다는 생활방식의 취사선택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는 상당수의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면서 무수히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헬스클럽에서 헬스 트레이너는 고객의 몸이 어떻게 변할지 그 변화를 체크하고 감독한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운동만이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노년의 삶을 보장한다며 떠들고 있다. 내가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는 내가 어떤 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가로 쉽게 설명되는 세태이다. 완벽한 몸에 대한 숭배가 현재 '헬스 공화국'이 지향하는 바이다. 이러한 사회 풍토에서 몸을 가꾸지 않으면 그 자체로서 패배자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인-1'의 남성은 헬스장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이 남성의 뒤로는 같은 몸의 투쟁에 나서는 이들이 트레드밀을 비롯한 각종 헬스 기구 위에서 몸만들기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인-2'나 '현대인-3'의 여성들도 건강한 몸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여성은 이미 몸이 계급인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에어로빅을 하고, 샌드백을 치고, 스파링을 하는 스포츠 행위를 통해 날씬한 몸매와 수준 높은 건강과 장수를 꾀하고 있다. 단체로 스포츠 활동을 해서 정체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특정 문화의 집단적 소비를 통해 스스로 커뮤니티에 동참하고 정체성을 얻는 것이다. 사진 속 여성과 사진의 배경에 흐릿하게 묻혀버린 나머지 여성들은 집단적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는 정서적 공감대, 날씬한 몸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희열감 등을 공유하면서 계급투쟁에 뛰어들고 있다. 몸이 하나의 계급이며, 경쟁력이 창출되는 사회에서는 몸은 단순한 몸이 아닌 스스로 문화자본인 동시에 신체자본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박종현 사진평론가







이동근

◇약력=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 대학원 사진학과(순수사진 전공) 졸업. 경성대·부경대 출강. 전시 경력-2008 Art in Busan '돌아와요 부산항에'(2008년, 부산시립미술관) 등. 전시 기획-'눈과 마음'(2011년, 해운대문화회관), '향'(2012년, 사진공간 사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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