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① 왜 수영강에 연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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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댐 물길 끊겨 심한 몸살, 주변 개발로 제모습 잃어

지난 5일 자문단과 본보 취재팀이 수영강 회동댐 아래 동대교 인근 수중보 주변의 수질과 생태 환경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수영강은 놀라운 강이다. 길이만 28.2㎞, 유역 면적은 200㎢에 달한다. 온천천 석대천 철마천 임기천 등 11개 지천과 운봉천 내곡천 등 10개의 지류를 품었다. 기장군 원효산에서 시작된 수영강은 회동수원지로 이어지고, 회동댐 아래로 석대천과 온천천과 합류한 다음 수영만에서 바다와 만난다. 경남 양산시와 부산 기장군, 금정구 해운대구 동래구 연제구 수영구 등 8개 지자체의 시민 150만 명이 수영강과 어우러져 산다.

그러나 부산의 젖줄 수영강의 가치는 지켜지지 못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강은 하수구로 전락했다. 88올림픽을 유치하고서야 하수처리장이 겨우 들어섰다. 산책로나 운동기구로 만족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손을 씻고 멱을 감던 그 옛날의 모습을 되찾을 순 없는 것일까. 강의 주인이었던 연어가 돌아오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금사공단·생활폐수로 '하수구' 전락
다슬기 살아있는 서식환경 만들어야
필요 없는 보 제거 등 시민의식 중요

#왜 수영강인가


수영강은 해마다 철이 되면 연어와 같은 물고기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 자연 그대로의 강이었다. 1946년 회동댐이 들어서며 강 허리가 잘렸다. 강변을 매립하고 건물을 지어 강은 제모습을 잃어갔다.

세월이 흐른 지금, 수영강의 모습은? 지난 2월부터 수영강 발원지에서 수영만까지 전문가 자문단과 세 차례 이상 정밀 답사와 생태 조사를 진행한 취재팀은 곳곳에서 가슴을 쳐야 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회동수원지 상류는 그나마 자연 상태를 보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회동댐에서 물길이 끊긴 수영강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사공단과 주거 밀집지역, 센텀시티 그리고 강 양쪽 2개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배출수가 강을 옥죄었다. 비가 오면 하수가 그대로 강으로 밀려들고, 오염물질로 때때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곳곳에 설치된 보들로 정체현상이 빚어져 수질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염이 심한 수영강 하류부에서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환경부 지원으로 3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돼 호안 정비와 준설, 산책로 조성 사업 등이 벌어졌다. 수변 산책로와 체육시설, 조경은 미끈하게 잘 꾸며졌다지만 자연하천 그대로의 수질과 생태 환경으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5일 향토사학자 김병섭(63) 선생이 수영강 하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락교 오른쪽 해변은 수영해수욕장이 있던 곳이고, 현재 민락동 현대아파트 자리에는 좌수영 수군 전함의 정박지였어요. 지금은 모래 자갈 다 파내고 매립까지 했으니 물고기들이 어찌 살겠어요. 이번 기회에 수영강을 제대로 살려봅시다."



#긴 호흡으로 연어를 맞이하라

원래 연어는 태고적부터 동해 두만강에서 남해 탐진강까지 바다와 접한 하천 어디에나 돌아오는 어종이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한 하천 오염과 온난화로 자연 회귀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 때문에 연어를 인공부화해 방류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한국 연어의 방류사업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시작됐다. 1966년에는 내수면 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진해양어장에서 치어를 길러 낙동강 지천 밀양강과 경북 영덕군 강구 오십천에 방류하였다.

그러나 낙동강 연어 방류 사업은 1983년부터 중단되었다. 수질 오염과 낙동강 하구언 탓에 소상 연어의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984년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서 시작된 연어 복원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낙동강에 연어를 다시 방류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 강원도 고성에서 남해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20개의 하천에 연어 치어가 방류되고 있지만 제대로 성과를 거두는 곳은 많지 않다. 체계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단체장의 치적 쌓기를 위해 연어를 이용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부산시는 지난 해 수영강과 온천천에 연어 치어를 방류할 수 있는지 사전 조사를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수질과 서식 환경이 현재로선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울산시는 2000년부터 연어를 방류하며 태화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울산시는 "도심하천 태화강에 해마다 연어 700마리가 돌아온다"고 자랑한다. 회귀하는 연어를 보며 시민들의 환경의식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 성기백 연구사는 "장기적으로 다슬기 등 지표종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면서 서식 환경이 좋은 곳에 연어를 집중적으로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필요 없는 보를 잘라낼 수 있는 시민 의식과 활동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 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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