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③ 불안한 풍경 / 정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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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을 잃어버리다

불안한 풍경-2010년 서대신동

정근업의 '불안한 풍경'은 4년 동안 부산 서대신동 3구역 등 재개발 현장을 발로 뛴 결과다. 처음 재개발 사진을 담을 무렵, 그때 서울에서 용산 사태가 터졌다. 작가가 서대신동을 찾아 대면하기로 한 것은 그 '용산'을 맞닥뜨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애초 찾으려던 '용산'은 찾지 못하고, 대신 '불안'을 찾아들고 나왔다. '기록'에서 '기억'으로 돌아선 것이다. 작가에게 불안의 근원은 언젠가 귀환해야 할 기억의 터를 잃어버림이다.

사진이 예술의 영역에 있다지만, 그것이 여전히 창조는 아니다. 사진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그 본질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재현하는 과학적 복제 행위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는 원칙적으로 그 행위에 직접 개입할 수가 없다. 그 재현은 또한 단절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도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장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불안'을 재현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이 사진들로부터 '불안'을 읽지 못한다면? 작가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예술적 성격을 최대한 죽이고자 했다. 작가가 멀리 떨어져 피사체를 대면하는 태도는 자신이 갖는 불안의 관점을 독자에게 최대한 전

하려는 방식이다.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가 그렇게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가치 있는 사진 읽기가 될 터이다.

작가 정근업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강제하지 않는다. 쫓겨난 사람의 슬픈 삶에 목 놓아 울지도, 거짓 꿈을 만들어 파는 자본가를 애써 증오하지도 않는다. 집이 더는 사람이 사는 터가 아닌 사고파는 재화가 되어 버린, 그래서 기억의 터를 상실해 인간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이 기가 막힌 현실을 '불안'으로 담담하게 전할 뿐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사진 고유의 단절을 극복하고 최대한 맥락을 살리려 한다. 본디 사진이란 한 장씩 끊어져 찍히고, 눈앞에 보이는 그 넓은 무경계의 현실을 카메라의 작은 프레임 안으로 잘라 일부만 재현한 선택과 배제의 이미지가 아니던가. 그래서 맥락이 생략되어 버린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무수한 감성을 자아낼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사실을 왜곡하기에 안성맞춤이라 위험하기도 하다.

작가의 '불안한 풍경'이 내러티브에 충실하며 연속적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도 배제해야 하고, 단절적 사진의 본성도 배제해야 하는 그러면서도 자신만이 갖는 감성을 강제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서로 융화될 수 없는 삼각 피라미드 한가운데 작가가 서 있다. 

공동기획






정근업

◇약력=1966년 강원도 삼척시 도계 출생. ㈜에코 솔루텍 대표. 단체전 '시종의 경계' 전(2010년, 해운대문화회관 전시실), '갤러리를 뛰쳐나온 사진들' 전(2008년, 스타벅스 해운대점) 등.






이광수 사진비평가

◇약력=부산외국어대 교수(역사학 전공).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고은사진아카데미 강사. 월간 '사진예술'에 '작품과 함께 읽는 사진 인문학'으로 연재(2011년 3월~2012년 2월). 같은 잡지에 '사진 속 생각 읽기'로 2012년 3월부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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