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철의 맛있는 과학] 부산 고리 원전 정전 사고 은폐의 위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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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우리집 가까운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을까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저를 비롯해 부산시민  머리 속에 가장 먼저 고리원전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고리원전은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노후 원전으로 수명을 연장해 재가동하고 있는 원전입니다.  수명을 연장한 만큼 안전에 대한 걱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사진=고리원전. 부산일보 DB)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의 악몽이 사라지기도 전에 고리원전에서 중고 부품 납품비리가 터져 연일 부산일보 지면에 보도되었습니다. 협력업체  대표가 구속기소되고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한 직원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등등의 보도가  여러 곳에서 쏟아졌습니다. 

 마음 한편으론 노후된 고리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고유가 시대+지구온난화 시대 '원전=필요악'이라고 생각하며 '판단 중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리원전에서 정전사고 은폐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사고를 숨겨왔는지,  또  앞으로 정확한 안전 정보를 제공할지 믿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위치.관련 인터넷 사이트 화면 캡처)

 고리원전 정전사고 및 은폐를 계기로  부산+울산+경남 시민, 나아가 대구 경북 시민들이 얼마나 원전사고 위험에 처해 있는지 과학적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원전,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당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자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 원전 당국에서는 일본 원전과의 차별성을 높이면서 자국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지요.

 우리나라 당국과 매체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의 차이점을 비교설명하는 등 난리를 쳤지요.  

(사진=고리원전 1호기 비상발전기. 연합뉴스)

 그러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객관적인 위험도 등급을 매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원전은 엄청나게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원전을 한번이라도 방문하신 분은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수만명의 운전자 및 작업자들이 원전 가동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원전 어떤 구석에서 어느 부품이 고장 나고,  어떤 운전자 및 작업자가 치명적인 실수를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또 원전마다 리스크 관리체계가 다르고,  운전자와 작업자의 훈련정도와 능숙도, 유지보수 정도, 안전규제 및 관리감독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위험도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부산시 동구 북항에서부터 고리 원전까지 거리. 사진=구글 어스 화면 캡처) 

그럼 어떻게 안전을 확보해야할까요.  과학자들은 거리를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편안해지겠지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뉴욕 컬럼비아대가 공동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211개 원자력 발전소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반경 30㎞ 이내에 17만2천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경 30㎞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때 주민들을 강제로 대피시킨 범위입니다.

 원전의 또다른 안전 기준,  인구밀도

 파리 독립핵컨설턴트인 <Mycle Schneider>는 지난해 네이처에서 "우리는 원자로의 안전도를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따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복잡하고 거대한 원전의 객관적인 위험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원전 반경 30㎞ 이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가로 판단하자는것입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관련 사이트 캡처)

 나사와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원전,  인구 측면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원전은 파키스탄의 가라치 원전(KANUPP)이라고 합니다. 반경 30㎞이내에 820만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원전은 약 125메가와트의 출력을 가진 작은 원자로이기 때문에 규모 측면에서 워험도는 낮아질 것입니다. 

 두 번째는 1천933만 메가와트의 출력을 자랑하는 타이완의 구오셍 원전으로 반경 30㎞ 이내에 550만명이 거주합니다. 세 번째도 1천208메가와트의 출력을 자랑하는 타이완의 <Chin Shan> 원전으로 반경 30㎞ 이내에 470만명이 거주합니다. 이 두 원전 반경 30km 이내 모두 타이완 수도 타이페이 지역을 포함됩니다. 

 만약 반경을 75㎞로 늘리면 원전 주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당황스럽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다이치의 경우 반경 반경 75㎞이내에 도쿄 시민을 포함해 770만명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좋게도 바람이 후쿠시마 다이치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날려보냈지요.

 이런 기준으로 보면 각각 주위에 2천800만(홍콩 포함) 명이 살고 있는 중국 광둥과 린가오 원전이 1위입니다. 2위는 뉴욕 인근 인디안포인트원전은 1천730만 명, 3위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나노라원전으로 1천600만을 살고 있습니다.
 
 부산 고리원전, 경북 월성 원전의 위험도는?

 네이처와 뉴욕 컬럼비아대의 위험기준을 부산 고리와 경북 월성 원전에 적용시켜보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구글 어스 화면 캡처)

 구글 어스를 이용해 고리원전에서부터 부산 북항까지 거리를 대략 측정해보면 31㎞ 정도 입니다. 만약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 원전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고리에서 부산시 동구 북항 일대까지 주민 수백만명이 대피해야 합니다.정말 무시무시한 상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고리 정전사고 은폐가 우리 부산시민에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진=구글 어스 화면 캡처)

이를 네이처처럼 75㎞까지 확장하면 피해 범위가 진해만 중간지점까지 확대됩니다. 일부 경남 시민도 고리 원전 피해 반경에 들어가게 됩니다.  

 부산시민 360만명 대다수+울산시민 100만명+경남시민(330만명) 일부를 모두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구 다음으로 원전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규모입니다. 


(사진=관련 인터넷 사이트 캡처)

 부산 고리의 경우 6기가 가동 중입니다. 또 2기가 건설 중이며 앞으로 2기가 건설될 계획입니다. 정말 인구와 규모 측면에서 따져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위험도가 아닌가 우려됩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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