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② 부산, 일상과 일탈 /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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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땐 익숙했던…퇴근길의 낯선 풍경

① 2008 수영만요트경기장.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관찰한다.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그 순간이 낯설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상욱은 그런 느낌을 매우 잘 포착하는 사진가다. 그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세 개의 다리와 세 개의 해수욕장을 지나는 출근길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는 해운대와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을 오가며 스치는 순간과 그 공간 속으로 다시 파고 들어가는 일상의 순간을 기록한다. 그에게 사진은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진에는 익숙한 것들과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어울리면서 공존한다. 이것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지닌 특징이기도 하다.

이상욱은 하이앵글(High Angle)과 로우앵글(Low Angle), 그리고 수평앵글(Eye Level)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부산의 양면성을 강조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각도로 찍은 찢어진 의자는 이제는 곧 사라질 삼일극장의 미래를 지시하고 있다. 단순하고 정확한 화면구성은 하이앵글의 특징이다(사진 ⑤). 그에 비해 로우앵글로 찍은 '사진 ①'은 대상 그 자체를 강조해 예수상을 강하고 장엄하게 표현한다. 인간이 대상을 바라보는 가장 일반적인 수평앵글은 담담하고 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사진 ④). 이상욱에게 포착된 부산은 빠르면서도 느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이상한 도시다.

이상욱은 대비되는 형상이나 색깔, 혹은 분위기로 과거와 현재를 팽팽하게 연결시킨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산의 일상을 관찰하고 생경한 장면을 포착해 보여준다. 스쳐가는 고등학생의 흐릿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낡은 메뉴판의 선명한 글씨(사진 ③). 마치 현대판 바벨탑 이야기처럼 보이는 예수상과 끝도 없이 올라가는 아파트 건물(사진 ①). 사창가의 흔적 너머로 솟아 있는 아파트(사진 ④).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삼일극장의 붉은색 의자와 검게 변해버린 껌 자국(사진 ⑤). 회색빛 골목의 아련한 분위기와 원색이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긴장(사진 ②).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일광욕하는 외국인 남녀(사진 ⑥).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사진 ⑦).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하던 일상이 재미있는 무대가 되는 순간이다.

그가 찾고자 하는 부산의 일상과 흔적이 개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는 일상에 포섭되지 않고 마음대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면서 부산을 새롭게 읽어내고 있다. 그의 일탈에 계속 주목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가 그의 사진으로 일상을 다른 관점에서 발견하듯, 그의 일탈 또한 일상을 위반하고 극복하는 힘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미정 사진비평가

◇약력=경성대학교 외래교수. 경성대학교 대학원 문화기획·행정·이론학과 박사수료(2010년), 경성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석사(2007년). 고은사진미술관 '부산사진의 재발견-기억과 트라우마'(2011년) 전과 '정인성, 부산사진의 여명'(2011년)전 공동 기획.




이상욱


◇약력=1957년 부산 출생.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간담도내과 교수. 개인전-The Wave(2012년, 부산 가나아트갤러리), 캄보디아 그들의 시선(2010년, 고신대복음병원 전시실). 단체전-시종의 경계전(2010년, 해운대문화회관 전시실), 서울 포토페어(2009년, 코엑스, 서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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