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군이 본 부산 밴드 어제와 오늘] ⑧ 부산 출신 록 밴드 '피아'
갈매기공화국의 록 밴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밴드가 '피아'다.
'너와 나', '우주와 나'라는 뜻을 가진 피아(彼我, Pia)는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윤도현밴드, 크라잉넛과 견주어 모자람 없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다. 요한, 민용이 밴드를 처음 만든 1995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다. 이들은 'SIP'라는 이름의 스래쉬 메탈 하드코어 밴드로 부산에서 활동하다 입대했고, 군 제대 후인 1998년부터 '피아'로 이름을 바꿔 '락클럽6·25'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활동을 해나갔다. 스래쉬 메탈(Thrash Metal)은 '메탈리카'같은 밴드의 음악 장르이며, 하드코어(Hard-core)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르로 펑크록+메탈+힙합의 강렬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윤도현밴드·크라잉넛과 견줘 모자람 없는 실력파
음악적 성향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워 스타덤 못 올라
피아는 1999년 'MBC전국록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고 몇 차례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상경을 결심하고 2001년 정규 1집을 발매한다. 이듬해 서태지의 눈에 들어 '서태지컴퍼니'의 록 음악 레이블인 '괴수인디진'에 들어가면서 '넬'과 함께 인디 밴드를 넘어 메이저 밴드로 활동하게 된다. 세계적인 록 밴드 '린킨 파크' 등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고, 일본에도 제법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정규 5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 일본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록 마니아들에게는 호평을 받았고 팬도 많이 있지만, 음악적 성향이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기에 '넬'이나 '크라잉넛'처럼 스타덤에까지는 오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나 '부산국제록페스티벌'같은 대형 페스티벌과 공연에는 항상 초청돼 그들의 강렬한 음악과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통해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활동도 기대해봄 직하다.
현재 멤버 대부분이 초창기 결성 멤버지만 드럼의 신민용은 정규 1집 녹음 도중 회사와 견해 차이로 일본으로 음악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그는 부산에서 제자를 양성하면서 여러 밴드에서 활동하다 현재는 '로튼애플'의 안원태 등과 새로운 밴드로 앨범을 작업 중이다.
갈매기공화국을 위시한 부산 밴드들은 인디 씬 마니아부터 평론가에게까지 호평을 받으며 제2의 부산 록 전성기를 가져왔다. 연주 실력은 기본이고 다양하고 독특한 음악 세계로 록 음악 씬의 눈높이를 올려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음악 제작, 드라마나 영화음악 작·편곡 등 대중음악산업분야 곳곳에서 각자의 개성을 담은 음악으로 활동했다. 이들의 활동은 대형 기획사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아이돌 댄스 음악과 발라드 음악이 주류인 대중 음악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 대중문화 전반에 자양분이 되어 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음반 기획사 엠 팩토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