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질환은 인체 균형의 적신호, 더부룩하면 체계적인 검사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소화불량 증상과 치료

부산일보 DB

최근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맛있는 것,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각고의 노력을 불사한다. 인터넷 맛집 블로그들도 새로운 산해진미의 찬사를 그칠 줄 모른다. 그러나 눈 앞의 산해진미를 두고도 속이 좋지 않아 군침만 흘려야 하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니,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들 한 번씩은 겪어봤을 테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8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소화불량을 경험하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도 전체 성인의 약 25%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 증상은 다양, 원인도 다양

소화불량은 음식을 먹은 후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소화장애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가스가 찬다'거나 '배가 더부룩하다'라는 소화기능에 관련된 증상 외에도 '속이 쓰린다' '미슥거린다' 또는 '배가 아프다'라는 표현까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그중 가장 흔한 증상은 식후 불쾌감과 포만감. 대개 주기적, 지속적으로 증상이 있으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이러한 증상이 1년에 최소 12주 이상 재발될 경우 '만성소화불량'이라고 부른다.

이같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원인도 다양하다.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소화기 질환, 협심증이나 부정맥 같은 심장 질환, 요로결석이나 감염증, 당뇨의 합병증 등이 그 예다. 또한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불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 스트레스가 소화효소의 분비를 막고 장운동을 위축시켜 소화를 방해한다.

그 외 잘못된 식습관도 소화불량의 원인이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 급하게 먹는 식습관 등으로 소화불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나 커피나 차, 과도한 음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스트레스가 원인 많아
체중 감소 심하면 정밀 검사
음식물 20번 이상 씹어넘겨야



# 성별·계절에 따라 다른 소화불량

한의학에서는 남녀 성별에 따라서도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원인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남자는 양기 부족, 여자는 울화에서 소화불량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다시 말해 남자는 과로로 인해, 여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불량이 생기기 쉽다는 말이다. 남자의 과로라 함은 위장의 과로와 육체의 과로가 있을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과 과도한 음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과로도 소화불량의 주요 원인이 된다. 반면 여자의 경우, 잘못된 식습관보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똑같은 소화불량이라고 하더라도 원래 위장이 약해 입맛 자체가 없거나 소화력이 떨어져 식사량이 작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육류와 술을 좋아하며 식성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한의학에서 전자를 '기병', 후자를 '혈병'이라고 한다. 보통 봄·여름에는 기병이 많고, 가을·겨울에는 혈병이 많다. 그리고 체질적으로는 소음인·태양인에게는 기병이 많고, 소양인·태음인에게는 혈병이 많다.



# 체계적인 치료가 큰 병 막는 길

흔히 인체의 위기 상황이나 질병이 발생한 상황에서 입맛이나 소화력이 줄어든다. 또한 질병이 낫고 위기 상황이 해제되면 다시 입맛과 소화력이 돌아온다. 이처럼 소화불량이라는 증상은 단순히 위장의 질환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인체 전반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인체의 균형이 깨졌다는 징조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화불량을 단순히 소화제 복용으로 넘기려 하지 말고, 인체의 적신호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피기 위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병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위내시경검사나 위장투시 촬영이 가장 보편적이나, 병력과 나이 그리고 증상에 따른 초음파검사, 복부CT 등 다양한 검사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이상적으로 감소하거나(임상적으로 6개월 이내에 자기 체중의 10% 이상 감소할 경우), 당뇨병·고혈압·협심증 등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는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심근경색 같은 위험하고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초기에는 소화불량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검사를 통해 원인이 발견될 경우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와 식사습관 교정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 그러나 원인을 찾기 힘든 기능성 소화불량의 경우에는 약물 치료와 식사습관 교정 이외에도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 소화불량 예방엔 올바른 식습관 중요

생활 속에서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와 식습관. 가급적 너무 맵거나 짜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피하고, 탄산음료, 커피 등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식사 중에는 천천히, 잘 씹어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흔히 한 번에 20번 이상 씹어 넘기기를 권한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말고 나누어 먹는 것이 위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밀가루 음식도 금물. 밀가루는 수분을 흡수하는 특징이 강해 위장을 건조하게 만든다. 때문에 소화진액을 말려 소화 활동에 방해를 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것. 한의학에서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물을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한방에서는 우리 몸의 땀과 피같은 것을 총칭하는 '혈'이 부족하면 소화장애가 오게 되는데, 물을 많이 마실 경우 혈이 더욱 부족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식사 후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는 정도의 운동이 소화에 좋다.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 그 외에도 식사 후 2시간 내에 누워있거나 잠 자는 것은 소화불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도움말=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

E&S치한의원 진택근 원장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