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바다와 명화 2/ 갈릴리 호수의 폭풍 속 예수 VS 리알토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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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바다, 사실로 그려낸 희망

갈릴리 호수의 폭풍 속 예수

● 성서 속의 시험 현실에 적용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는 몇 개의 텅 빈 액자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빈 액자들은 1990년 미술관에 침입한 도둑이 절취해 간 명화의 빈자리다. 그 그림 중 하나가 렘브란트(1606~69)의 <갈릴리 호수의 폭풍 속 예수>(1633)이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그린 유일한 바다 풍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는 초상화가로 먼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역사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버리기 힘들었다. 신실한 신교도였던 그는 성서적 소재를 풍경과 접목하거나 일상 속에서 구한 종교적 소재를 작품에 구현, 대리만족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갈릴리 호수...>에서도 이러한 점은 발견된다.  

이 작품은 성서에 나오는 예수와 제자들이 갈릴리호에서 풍랑을 만난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공중으로 치켜세워진 배와 부딪히는 파도, 빛과 어둠의 선명한 조화는 성서의 이야기를 더욱 극대화한다. 

감상 포인트 하나.

예수와 제자들이 탄 배의 돛 끝을 따라가 보면, 이 그림이 대각선으로 나누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빛의 화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렘브란트 특유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다. 대각선 오른쪽 부분이 어둠의 공간이라면, 왼쪽 부분은 구름을 통해 비치는 쏟아지는 빛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암 대조법은 당시 네덜란드 화가들이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들에게 배워 즐겨 쓰던 방법이었다.  

포인트 둘.

그러나 렘브란트는 이 명암법을 물리적인 빛과 그림자를 넘어서서 인생의 빛과 그림자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와 12제자 외에 한 인물을 더 발견할 수 있다. 푸른 옷을 입고 배의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인데 다름 아닌 렘브란트 자신의 모습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신을 등장인물의 하나로 만드는 방식은 당시 화가들에게 낯선 방법은 아니었다. 신비하며 숭고한 느낌까지 전하는 렘브란트의 ‘빛’과 그림 속에 있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성서에 나오는 믿음에 대한 시험은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극히 내면적이며 실존적인 시험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갈릴리 호수...>에서 갑자기 닥친 운명에 지극히 무력한 인간의 모습, 희망과 절망을 시소처럼 오가는 인생의 모습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두 제자 중 선원과 어부들이 있지만, 갑작스런 풍랑에는 속수무책일 따름이다. 그리고 풍랑에 갖가지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운명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새롭게 읽혀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갈릴리 호수...>의 행방을 알 수 없다. 누구의 손에 흘러갔든 이 렘브란트의 바다가 그에게 어떤 빛과 그림자를 던져줄지 문득 궁금해진다.


리알토 다리

 ● 캔버스를 3D 화면으로

서면 지하철역에는 서양 명화들의 복제품이 걸려있어 가끔씩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곤 한다. 이 중 카날레토(1697-1768)의 <산마르코 운하의 배들>은 출근이든 약속이든 모두 접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아름다운 그림엽서를 연상하게 하는 카날레토가 그린 베네치아 풍경화들은 18세기 당시 영국 상류층 자제들의 수학여행인 ‘그랜드 투어 Grand Tour’의 가장 인기 있었던 기념품이었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리알토 다리> 역시 그런 작품이다. 이국적이며 우아한 건물과 다리, 반짝이는 물결, 곤돌라 사공들의 모습은 베네치아 특유의 아름다움을 한 편의 풍경화로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날레토는 당시 상상과 실제를 합하여 그리던 풍경화의 경향과는 반대로 실제 공간을 사진을 찍듯 담아내는 풍경 그림인 ‘베두타’의 대가로 알려졌다. 그는 생생한 현실감을 담기 위해 야외에서 그림 작업을 한 선구적인 화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의 노력은 <리알토...>에서도 일조량과 건물 그림자와 수면의 그림자 길이의 정확한 비례가 보여주는 사실성으로 확연하게 드러난다.

감상 포인트 하나. 

<리알토...>는 원근법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아도 감탄할 정도의 체계적인 기하학적 구도를 보여준다. 화면 양쪽의 건물들의 위치는 정교하게 계산되어 배치되어 있어 화면의 입체감까지 더해주고 있다. 오늘날 카날레토의 그림이 캔버스를 3D 화면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까지 듣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리알토...>는 연극 무대 화가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카메라의 원조인 카메라 옵스큐라의 도움으로 과학적인 그림을 그렸던 카날레토의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엿보게 해준다.  

포인트 둘. 

그러나 베네치아에서 카날레토의 그림과 같은 화면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시도했던 여행객들은 번번이 좌절감만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사실적이며 과학적인 화가로 알려진 카날레토는 실제로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점을 교묘하게 한 화폭에 담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완벽한 풍경화를 만들기 위해 실제 건물을 바꾸거나 상상의 건물을 만들어 화폭 속에 담기도 했다. 당시 18세기의 베네치아는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몰락을 앞둔 상태였다. 카날레토가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손상시킬 수 없는 베네치아의 우아함과 정교함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카날레토야 말로 베네치아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리는데 성공한 유일한 화가로 기억되어야 할지 모른다.




이송이 교수

프랑스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박사
현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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