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조각계에 새로운 바람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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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부산 '남풍, 뉴웨이브'전, 29일까지

박승모의 '환'.

'내일은 내일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 거야'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만약 조각계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면, 그것은 어디에서부터 불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가나아트 부산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현대 조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열망을 담은 '남풍(南風), 뉴 웨이브'(New Wave) 전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남부 니스 출신으로 프랑스 현대미술의 한 시대를 이끌어왔던 '에꼴 니스파'처럼 한국의 남부인 부산에서도 하나의 바람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기획됐다. 전시 제목 '남풍'은 바로 '부산에서 부는 바람'을 의미한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과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철사 감기로 작품의 형상을 표현하는 박승모는 스테인리스스틸 망을 이용해 사람의 얼굴을 표현했다. 천장에 매달린 사람의 모습은 멀리 떨어져서 보면 마치 도화지에 연필로 사람의 얼굴을 스케치한 모습을 닮았다. 스틸 망을 겹겹이 덧대 얼굴 음영까지 묘사했다. 음영의 짙고 옅음은 스틸 망을 얼마나 덧대느냐에 달렸다. 스테인리스스틸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환영은 실재와 허상 사이, 즉 '사물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택기와 소현우도 스테인리스스틸을 이용한 작품을 보여준다. 김택기는 스테인리스스틸 선을 이용해 첼로를 연주하는 로봇의 모습을 나타냈다. 소현우는 스테인리스스틸로 총, 칼을 손에 들고 날개를 단 아름다운 여전사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 모습이 흡사 '잔혹 동화'에서 나오는 여전사와 닮았다.

강인구는 돌멩이를 철사로 엮는 작업을 선보인다. 철사로 묶인 돌멩이는 사각의 틀에 고정돼 있다. 허물어질 것 같은 철망은 뜻밖에 단단하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조각을 맞춰가며 큰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감성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돌을 엮는 작가의 손길. 상상만 해도 수행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김철환의 작품은 재료부터 심상찮다. 자신의 입술각질, 머리카락 따위를 작품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08년 자신의 입술에서 나온 각질을 하나둘 모아 입술 모양으로 만든 뒤 12개의 투명 크리스털 속에 담았다.

정장영은 영사기와 수증기를 이용해 신기루 같은 금붕어의 모습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문병탁은 산에서 잘려나간 나무를 끌어 모아 들짐승을 만들었다. '남풍'이 올해 미술계의 '돌풍'이 될 수 있을까? ▶'남풍(南風), 뉴 웨이브(New Wave) 전=2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가나아트 부산. 051-744-2020. 글·사진=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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