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의 통기타 음악창고] (36) 형님의 유작 '젊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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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훅스'의 모습. 대연각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민병무(왼쪽)와 방희준. 김형찬 제공

1971년 12월 25일 오전 충무로는 성탄전야의 흥청거림을 보내고 아침잠이 덜 깨어 조용한 상태였다. 오전 10시를 막 지났을 무렵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시내를 뒤흔들었다. 대연각호텔 2층 커피숍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프로판 가스통이 터져 일어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위층으로 번졌다. 이 화재로 21층 건물이 전소했다. 157명 사망, 64명 부상이라는 피해를 낸 이 불은 당시 전 세계 호텔 화재 중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그런데 대연각호텔 화재로 유명을 달리했던 '훅스'라는 통기타가수가 있었다. 민병무과 방희준이 멤버였고, 둘 다 서울대 건축과 1학년으로 음악계에 데뷔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대연각호텔에 투숙했다가 변을 당했다. 훅스는 1971년 7월 제3회 플레이보이컵 쟁탈 팝 페스티벌의 포크 부문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았다. 심야 DJ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젊은 연인들', '그 무얼 찾아' 등 자작곡과 사이먼과 가펑클의 곡 '험한 세상 건네주는 다리' '수요일 새벽 3시' 등을 불러 학생 팬의 사랑을 받았다. 가냘픈 듯하면서도 호소력이 강한 음색으로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악성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유망주로 가요계의 평가를 받았다.

대연각호텔 화재 때 사망 듀엣 '훅스'가 불러
동생이 제1회 MBC대학가요제 참가해 입상


특히 방희준은 경기고 시절에 민병무와 함께 '훅스'라는 4인조 록그룹을 조직해 교내활동을 했다. 그런데 4형제 중 자신을 제외한 3명이 모두 약시였다. 이 때문에 훅스는 1971년 12월 15일 한국일보사 소강당에서 동료 가수인 이용복, 양희은이 함께 출연한 한국약시협회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이때 대연각호텔에서 일하던 방희준의 친척이 숙박권을 선물로 주었고, 이것은 그들의 유명을 달리하게 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민병무의 다섯 살 아래 동생 민병호는 서울 농대생으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의 친구 민경식이 민병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젊은 연인들'을 들었다. 민경식은 이 곡을 마음속으로 찍어두었는데, 마침 대학가요제가 열린다는 말을 듣게 된다. 민경식은 나머지 두 친구를 꼬드겨 서울대 트리오라는 이름으로 1977년에 열린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한다. 여기서 그들은 훅스의 방희준이 작사하고 민병무가 작곡한 '젊은 연인들'로 동상을 획득한다.

이 곡은 기타 3대가 모두 다른 파트를 연주하도록 편곡된 뛰어난 연주가 돋보였다. 비록 동상이었지만 뛰어난 연주와 화음으로 대상인 '나 어떡해'를 제외하고 가장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 초 순수했던 통기타음악이 1975년 대마초사건으로 명맥이 끊어졌지만, 이 곡은 여전히 대학가에서 살아남았다. 그 후 1970년대 후반에도 여전히 대학가에서 명맥을 유지했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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