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이라면 로마나 베네치아만 떠올리는 당신. 혹시 이탈리아의 숨은 보석을 놓친 것은 아닐까? 중세의 낭만과 예술이 숨쉬고, 태양 아래 빛나는 자연과 아기자기한 삶이 있는 곳.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매력을 지녔다.
#피렌체, 예술이 꽃핀다
이탈리아 중부 여행의 시작점이 바로 피렌체다. 토스카나 주의 주도인 피렌체는 15세기 메디치 가문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 메디치 가문의 방대한 수집품을 소장한 우피치 미술관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라파엘로의 '방울새가 있는 성모' 등의 유명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교과서 속 그림을 실물로 보는 감동이 크다.
우피치 미술관과 함께 피렌체를 대표하는 곳이 바로 두오모(정식 명칭은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의미하는 두오모가 특히 피렌체에서 유명한 이유는 외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연인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 함께 오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돔으로 가는 길은 좁고 가파르다. 하지만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460여 계단길을 오르는 고통을 금세 날려버린다.
적갈색 지붕을 따라 가던 시선이 베키오 다리에서 멈춘다. 1345년 건설 이후 푸줏간, 대장간 등이 들어섰던 다리를 세월은 귀금속 거리로 바꿨다. 베키오 다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피티 궁전이 나온다. 이곳에는 팔라티나 미술관, 의상 박물관 등 전시실과 함께 이탈리아식 정원의 전형을 보여주는 보볼리 정원이 있다. 말이 정원이지 대형 공원 수준이다.
피티 궁전에서 나올 때는 산타트리니타 다리를 선택한다. 구찌와 페라가모 본점이 있는 명품가 토르나부오니 거리에서 아이쇼핑을 즐길 수 있다. 해가 질 무렵에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간다. 멀리 아르노 강을 따라 흐르는 피렌체 풍경이 황혼에 물든다.
피렌체의 숨은 진주는 바로 길이다. 우둘투둘 자갈과 판석이 깔린 골목은 시시때때로 관광객을 미아로 만든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시간이 잠시 지체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골목 속 예쁜 가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퉁이 카페에 들러 "우노 카페(커피 한 잔)", 진한 에스프레소에 달콤한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고 정신을 차려 다시 길을 가면 된다.
#시에나, 색으로 기억되다
피렌체가 적갈색이면 시에나는 황갈색이다.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 역 앞 시타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타고 1시간 20분 정도 달리면 시에나 그람시 광장에 도착한다. 거기서 골목길을 따라 캄포 광장을 찾아가는 길이 시에나 관광의 제1번 코스다. 부채꼴 모양의 캄포 광장은 매년 7월과 8월 두 차례 팔리오가 열리는 곳이다. 팔리오는 중세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마을을 상징하는 팔리오(깃발)를 흔들며 경마를 펼치는 축제다. 그래서인지 도시 곳곳에서 팔리오를 꽂은 집을 쉽게 볼 수 있다.
캄포 광장의 끝에 자리한 고딕 양식의 건물이 푸블리코 궁전이다. 궁전 옆에 우뚝 솟은 만자의 탑은 꼭 올라야 한다. 계단을 오를수록 광장은 부채를 더 활짝 펼치고, 도시는 자신의 색을 자랑한다. 피렌체 두오모에서 도시를 본다면 만자의 탑에서는 토스카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다. 황갈색의 시에나 너머 펼쳐지는 초록 구릉의 물결이 따뜻한 색의 추억을 남긴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너무 선명해서 환상 같은 하늘이 두오모 상부의 둥근 유리창에 고스란히 담겼다. 배경 덕인지 이탈리아에서 손꼽힌다는 시에나 두오모의 아름다움이 더 돋보인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성서 이야기를 새긴 대리석 바닥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시에나에서는 지역 전통 파스타인 피치 파스타를 먹어보는 것도 좋다. 우동처럼 굵은 면이 입안에서 통통 튄다.
#친퀘테레, 다섯 마을을 걷다
친퀘테레는 리구리아 주 라스페치아 지방의 해안가 다섯(친퀘) 마을을 통칭하는 말이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을 가면 라스페치아 역이 나온다. 이곳에서 친퀘테레 카드를 구입하면 된다.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코르닐랴, 베르나차, 몬테로소 다섯 마을을 기차로 타고 내리며 구경할 수 있다. 시간대에 따라 해당 마을에 안 서는 열차가 있기 때문에 카드 구입 때 주는 시간표를 잘 챙겨야 한다. 산책로 이용권까지 포함된 카드를 구입하면 마을과 마을 사이를 해안가 산책로로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첫 마을 리오마조레. 감천문화마을이 바닷가로 고스란히 옮겨온 것 같다. 좀 더 색상이 알록달록하다는 점이 다를 뿐. 좁은 골목과 계단길, 집 밖에 널어둔 빨래가 오밀조밀 어우러진 모습은 닮은꼴이다. 여기서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까지는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사랑의 길'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곳곳에 자물쇠로 사랑을 잠가놓고 간 연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가장 작지만 마을까지 365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코르닐랴와 항구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운 베르나차를 거쳐 몬테로소에 도착한다. 친퀘테레에서 가장 큰 마을인 몬테로소는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레몬주스를 맛볼 수 있다.
#아시시, 시간을 돌아보다
피렌체에서 열차로 2시간 40분을 달리면 아시시에 도착한다. 움브리아 주 수바시오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은 성 프란체스코와 성녀 클라라가 탄생한 순례자의 도시다.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언덕 위 광장에 내려 성문으로 들어가면 성프란체스코 성당이 나온다. 비탈진 지형을 살린 진입로와 상하 2층으로 된 구조가 독특하다. 상부 성당의 벽면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그린 프레스코화가 있다. 성당을 나와 중심가인 코무네 광장까지 가는 길이 예쁘다. 금방이라도 중세시대 사람이 나올 것 같은 집이 늘어선 거리와 불쑥 나타나는 골목길 풍경이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겉은 신전이지만 속은 화려한 성당인 미네르바 신전을 거쳐 산루피노 대성당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지하에 보존되어 있는 11세기 대성당의 원형을 보는 것이 좋다. 둥근 천장과 이오니아식 기둥, 오래된 우물 등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외에도 산타키아라 성당, 산다미아노 수도원 등을 돌아보고 여유가 있으면 산 위에 있는 요새 로카 마조레에 올라 도시와 움브리아 평원을 감상한다.
아시시 관광의 마지막은 역 옆에 있는 산타마리아델리안젤리 성당이 장식한다. 성당 내부에는 성 프란체스코가 손으로 직접 지은 작은 성당이 그대로 남아있어 '청빈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탈리아 피렌체=글·사진·영상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영상편집=박영재 대학생인턴
찾아가는 길

이탈리아 중부 여행은 열차·버스가 집중되어 있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부산에서 피렌체로 가려면 독일 뮌헨을 경유하는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뮌헨은 주 5일, 뮌헨~피렌체는 매일 운항한다. 이 외에는 대한항공이나 유럽 항공사의 직항편을 이용해 로마나 밀라노로 들어간 후 이탈리아 국내 열차로 피렌체까지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피렌체와 다른 도시 간 이동을 위해 이탈리아 철도 패스를 미리 구입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진다. 오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