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과 회화, 그 경계를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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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남의 '혼돈'(Chaos).

재미 조각가 안형남(56). 그는 빛과 소리,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키네틱 조각으로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지명도가 높다. 1982년, 주미한국대사관 공보원에서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있는 대표적인 예술인 두 명을 선정했는데, 그때 선정된 이가 그와 백남준이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을 때 성화대 디자인을 맡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이 성화대는 마지막 단계에서 조직위원회의 계획 변경으로 비록 무산됐지만 안형남은 이후 국내 잡지 등에 소개되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인 조각가로 평가를 받았다.

재미 조각가 안형남
부산 루쏘갤러리 전시회
네온으로 빛 표현 실험적


그의 작품이 루쏘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미국 뉴욕에 사는 작가는 지난달 26일 전시 오픈을 위해 직접 부산을 방문하는 열정을 보였다. 작가는 "2년 전에 영도문화예술회관 선유갤러리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산에 대해 더 친근함이 느껴진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전시 공간을 마련한 루쏘갤러리 박일 대표는 "당시 전시에 선보였던 작품을 중심으로 일부 작품을 추가해 조각과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작품은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네온과 철판, 알루미늄 보드, 채색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다. 주요 모티브는 인간에 대한 탐구이자 자유로움에 대한 욕구. 작가는 "사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추상적 조각 형상으로 표출된 것"이라 했다. 철판이나 알루미늄 재질이 주는 차가움 속에 특히 네온의 따스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 이러함을 느끼게 한다. 간간이 네온을 이용한 빛의 형태는 은은한 아우라가 된다.

무정형의 조형적 형태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알루미늄 판과 철의 절단, 그리고 붓 터치는 자유로움 그 자체다. 작가는 그렇게 자기 자신 안의 자유로움을 극대화하고 관객으로부터 감성적 자유로움을 만끽하도록 배려한다.

작가는 열아홉 살이던 1973년 미국으로 간 이후 줄곧 시카고와 시애틀, 뉴욕 등에서 생활했다. 이국에서의 오랜 생활은 사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로 나타났다.

조각가 권달술은 그의 작품을 보고 "새로운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표현기법, 특히 네온을 통해 빛을 표현하는 실험적 시도가 너무도 자유롭다"고 했다. 은은한 네온은 보는 이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성적 자유로움을 최대한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어찌 보면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분위기를 많이 닮았다. 또 그의 작품 속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추상주의 회화도 엿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추상 회화 작업도 선보인다. 회화 역시 다소 구상적 모티브가 뒤섞이며 역동적인 선의 움직임과 색면이 물결치듯 흘러간다.

▶안형남 전=9월 3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루쏘갤러리. 051-747-5511.

글·사진=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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