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기행] 강한 울림 따라 들썩들썩 흔들흔들~ '핫' 시원한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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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f project'의 2층 라운지에 앉으면 광안 대교와 바다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음악에 몸을 맡기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클럽을 머리로만 이해한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만 즐겠다는 말과 같은 법.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음악에 빠져보는 클러빙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요즘 부산지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클럽인 해운대 '엘룬'과 광안리에서 정통 클럽을 표방하고 나선 '3f project'를 직접 가 봤다.


# 부산 최고 핫한 클럽 '엘룬'

주말 자정을 훌쩍 넘긴 해운대 바닷가. 클러버의 춤사위가 최고조에 이른다는 깊은 밤이다. 늦은 시각인데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부산 최고의 '핫'한 클럽으로 꼽히는 파라다이스호텔 지하 '엘룬' 입구는 입장을 기다리는 클러버와 밖에서 땀을 식히는 클러버로 장사진을 이뤘다.

호흡을 가다듬고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남달랐다. 레이저 빛이 복도를 수시로 지나갔다. 몸을 뚫을까 흠칫 놀란다. 바와 라운지에 들어서니 청춘들 사이에서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무대로 나가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별천지가 따로 없다. 무대를 가득 메운 채 환호성을 지르는 2천여 명의 클러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장에서는 쉴 새 없이 레이저가 쏟아졌다. DJ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강한 비트와 중독성 있는 리듬은 몸치조차 들썩이게 할 만큼 강력한 마력을 내뿜었다.

DJ의 화려한 디제잉에 넋 놓고 있다가 부스 앞 무대 위로 시선을 옮겼다. 수십 명이 리듬을 타고 있었다. 튀는 춤꾼도, 패션도 없었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신감과 젊음이 눈부셨다.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빈 공간을 비집고 올라갔다. 막상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용기를 내 슬쩍 어깨를 들썩였다. 어라, 춤 못 춘다고 뭐라는 사람 하나 없다. 기분 완전 업. 이게 클러빙이구나!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좁디 좁은 공간에서도 클러버는 자유롭다. 몸을 들썩이거나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간간이 환호성을 지르고 손을 내뻗는 게 전부다.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면 그뿐이다. 스피커의 강렬한 울림은 온 마음을 뒤흔든다. 어느새 어깨와 몸이 왔다 갔다 한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클러버는 "음악에 몸을 싣고 마음을 비워내는 기쁨에 눈 뜨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게 바로 클럽"이라며 웃는다. 한 번쯤 모든 걸 내려놓고 인생을 즐기는 자유의 공간이 맞는 것 같다. 아쉬운 건 나이다. 특별히 연령 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에 클럽 찾기란 쉽지 않을 듯.

오는 27일에는 유럽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인 벨기에 출신 프로듀서 겸 DJ 지트로닉(GTRONIC)이 방문한단다. 벌써부터 몸이 흔들거린다. 클러버의 설레는 마음이 120% 전해진 순간이다.

▶엘룬에서 2~3분 걸어가면 클럽 '막툼'을 만날 수 있다. 힙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 클럽 역시 27일 'Sex on the beach' 등으로 유명한 스팽커스(Spankers) 공연을 선보인다. 인근에는 해운대 클럽 중 가장 오래된 '머피'도 있으니 제대로 클러빙해 볼 만하다.



# 광안리의 자존심 '3f project'

광안대교가 화려한 빛을 뿜어내며 창을 가득 메운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채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새삼 아름답다. 마치 배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 광안리 민락회센터 쪽 수변공원 인근에 자리 잡은 정통 클럽 '3f project'는 특이하게도 한쪽이 탁 트여있었다.

클럽의 열기에 바다 조망이라니! 내부 인테리어도 화이트로 꾸며 화사함을 더했다. 지난달 초 새롭게 문을 열어서인지 담배 냄새도 진하지 않았다. 카페 같은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 달에 1~2번 정도 클럽을 찾는다는 김민정(24) 씨는 "깔끔한 인테리어에 음악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그래, 클럽은 역시 음악이다. 정신 차리고 무대로 나갔다.

무대 양쪽으로는 스탠딩 테이블과 소파가 있어 언제든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열기에 취한 클러버는 휴식도 잊은 채 리듬을 타고 있었다. 무대 정면으로는 빔으로 만든 현란한 빛이 음악과 함께 번져나갔다. 가장 힙한 춤이라는 화려한 셔플 댄스를 선보이는 클러버가 제법 있었다. 커플끼리 춤을 즐기는 클러버도 눈에 띄었다. 일렉 하우스의 빠른 비트에 절로 발이 굴려진다. 옆사람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강력한 사운드가 쏟아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휴대폰을 조명삼아 흔들기도 했다. 빅뱅 콘서트에 참여했다는 실력파 DJ 벤자민이 등장하자 일부 클러버가 휘파람을 부르며 환호하기도 했다.

클러버가 점점 밀려들어왔고, 외국인도 입장하기 시작했다. 분위기도 최고조에 이른다. 아뿔싸, 체력의 한계다. 클럽에서 '마감찍어' 보려 했지만, 세월의 무게는 이겨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해수욕장 해변가에는 라운지 겸 클럽으로 새단장한 '비치비키니'가 있다. 공연 일정에 따라 클러빙을 즐길 수 있다. 광안대교와 바다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테라스가 특히 인기다.



# 공연이 숨쉬는 대학가 클럽

클럽하면 대학가를 빼놓을 수 없다. 부산지역 대학가에는 공연 클럽이 많다. 대표적인 클럽이 부산대 앞 '인터플레이'. 지난 2001년 문을 연 인터플레이는 부산지역 인디밴드를 비롯해 전국 인디 공연을 수시로 접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클래식 공연을 주로 여는 카페 '전람회의 그림' 김정섭 대표가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70여 평에 100석 정도 규모로, 금~일요일 문을 연다. 23일에는 유명 인디 밴드 '크라잉넛'과 '옐로우몬스터즈', '갤럭시익스프레스'가 참여하는 '2011 다이너마이트 투어'가 열려 대학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탈과 록 공연을 주로 하는 경성대 앞 '리얼라이즈'도 있다. 리얼라이즈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 중인 배진수 대표가 지난해 중순 첫선을 보인 리얼라이즈는 평일에는 메탈 음악을, 주말에는 오후 6시께부터 메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국내 팬은 물론 외국인까지 많이 모여드는 클럽이다. 27일 부산지역 메탈 그룹 6~7팀이 참여하는 '메탈 멜트 다운' 공연이 열린다.

▶대학가에도 댄스를 겸할 수 있는 클럽이 건재하다. '폭시'와 '게토', '패브릭' 등이 경성대 앞에 몰려 있다. 20대 초·중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들 클럽은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아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게토'는 저렴한 데다가 음악도 뛰어나 주중에도 춤꾼들로 북적인다.



이외 지역에도 클럽이 제법 있다. 20대 초반 클러버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서면 '폭시'는 7층 댄스 플로어, 8층 힙합 플로어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폭시'와 지척에 있는 '더 쉐이커'는 19일 파워풀한 실력파 여성 DJ 림지 공연을 준비해 클러버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구도심 남포동에는 컬처클럽을 표방하고 있는 '레이다'가 지난 주 문을 열었다. 주중에는 회화와 조각 등 예술 작품 전시 및 다이닝을, 주말이 되면 리듬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는 게 특징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사진=최성훈 기자 noonwara@

영상=이동민·서병문 대학생 인턴

클럽에서 쓰는 용어들

클러빙 클럽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는 것.

클러버 클럽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사람.

셔플 팔을 자유롭게 흔들며 발을 끌 듯 걸으며 다리를 교차하는 춤.

테크토닉 아프리카 전통 춤에서 모티프를 딴 손동작이 화려한 댄스. 
유럽에서 시작됐으며, 모든 음악에 응용 가능하다.

디앤비 드럼 앤 베이스. 한때 고사 위기에 처했다가 클러빙과 맞물려 부활한 음악. 이 음악에 맞춰 추면 디앤비 댄스.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트랜스, 테크노를 포괄하는 가장 상위 장르.

록과 재즈, 디스코 등에 기계음을 넣어 반복, 조합해 만든 음악.

하우스 드럼의 4박과 베이스를 바탕으로 멜로디와 비트를 무한 반복해 만들어내는 음악. 리드미컬해서 초보자들도 쉽게 적응한다.

트랜스 130~160bpm에 달하는 빠른 음악으로, 빠른 비트에 강렬한 사운드로 무아지경에 이른다고 해서 트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마감찍다 다음날 아침 클럽 문 닫을 때까지 클러빙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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