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속도전 우려… 하천 사업은 '포스트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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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향의 강' 사업에 포함된 울산 남구 여천천의 정비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경남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에서 남강으로 이어지는 가좌천 4㎞ 구간이 오는 2015년까지 돌다리, 생태습지원 등을 갖춘 지역 명물 하천으로 개발된다.

부산 사상구 학장천 3.7㎞ 구간도 480억 원이 투입돼 낙동강 물을 끌어올려 다시 흘려 내리는 방식의 대규모 복합 친수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정부 '고향의 강' '청계천 +20' 실시
전국 하천 개선 명소로 개발
경남, 진주 가좌천 등 20여 곳 조성

"낙동강살리기 사업과 닮은 꼴
밀어붙이기식 경쟁적 추진 우려"



가좌천과 학장천은 지난해 4월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고향의 강' 선도사업으로 확정돼 현재 실시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시·도별로 1개씩 모두 15개가 선정된 고향의 강 선도사업은 하반기 중으로 사업에 착수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고향의 강 사업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추진하다 환경단체와 야권의 반대로 보류했던 '지류·지천 정비사업'의 변형된 형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는 시·군별로 한 개씩(창원시는 3곳) 모두 20개의 하천에 2019년까지 5천768억 원을 들여 고향의 강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진주 가좌천을 비롯해 양산시 당곡천, 밀양시 단장천, 산청군 남강, 합천군 가야천 등 10곳은 이미 실시설계에 들어가는 등 사업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국토해양부가 4대강 수질개선과 강을 매개로 한 지역의 랜드마크 조성을 위해 지역 대표하천을 기존의 하천정비에서 벗어나 역사·문화적 요소를 도입해 지역명소로 개발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고향의 강 사업은 부산 2곳(학장천·지사천), 울산 2곳(여천천·매곡천) 등 전국 170개 하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올해부터 이 중 75곳이 시행에 들어갔다. 소요 예산은 무려 5조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에 대해 "고향의 강 사업은 4대강과 완전히 닮은 꼴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반발에 부딪친 지류·지천 정비사업 대신 고향의 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토해양부 하천운영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예전부터 지방하천 정비를 연차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치수·이수 위주의 지방하천 정비사업에 친수공간 확보, 지역 문화·역사 접목 개념을 확대한 것이 고향의 강 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환경부는 국토해양부와 별도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청계천 +20'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청계천 +20'은 환경부가 총 6천448억 원을 투입해 1970~80년대 복개된 전국 20개 하천을 서울 청계천과 같은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에 들어가 오는 2015년 마무리될 계획이다.

부산의 경우 초량천이 사업대상에 선정돼 720m 구간에 걸쳐 복개 구조물 철거, 친수시설 설치, 유지용수 공급 등을 거쳐 제2의 청계천으로 복원된다. 경남에서는 통영시의 정량천과 서호천, 창원시 교방천, 김해시 호계천 등 4곳이 선정됐다.

하천 개발 사업이 이처럼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예산 확보, 사업대상지 선정 등을 둘러싸고 갖가지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다.

고향의 강 선도사업 지구인 진주 가좌천의 경우 진주시가 과다한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도 사업으로 추진해 줄 것과 사업지구 변경 등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해시 해반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시민 친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고향의 강 사업에 포함돼 또다시 파헤쳐질 처지에 놓였다.

청계천 +20 프로젝트에 포함된 김해 호계천은 김해시가 아예 사업 자체를 반납하기도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하천 개발을 추진하다 보니 지역에서는 예산 확보 등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고향의 강 사업의 경우 국고지원율을 현재의 60%에서 70%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국토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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