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의 통기타 음악창고] 경동교회 통기타예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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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당시 서울 경동교회 예배당 내부 모습. 김형찬 제공

현대 대중음악을 도입한 새로운 교회음악, 곧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 탄생하기 전까지 교회 내에서 대중음악인들은 죄인 취급을 받았다. 윤형주와 조영남의 모친은 다니던 교회에서 아들을 가리키는 말로 '딴따라 가수'라는 표현을 듣고 괴로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일반 신자가 아닌 목사가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었는데 바로 경동교회의 강원룡 목사이다. 서울 장충동의 경동교회는 보수적인 한국의 개신교 풍토에서 일찍부터 진보적인 시각을 견지했고 추수감사절을 추석으로 바꾸고 봉산탈춤을 교회에서 공연할 정도로 기독교문화의 토착화·한국화에 노력해왔다.


강원룡 목사, 신자 가수 불러 모아 '새로운 리듬' 예배
"나이트클럽화" 비난 빗발 불구 교회음악사 새 장 열어


강원룡 목사는 조영남 송창식 최영희 윤형주가 대중음악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겪어야 하는 괴로움을 목도하고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각각 다른 교회의 신자인 이들을 1969년 11월 2일 오후 7시 경동교회에 모두 불러모았다. '새로운 리듬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예배는 일반적인 광고만 했는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평소와 달리 5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들어 예배를 빙자한 이들의 공연을 감상했다. 다른 교회의 목사가 자신들의 처지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준 것에 감격한 이들 통기타 가수들은 저녁도 먹지 않고 단상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맨 먼저 팝송이자 미국 흑인 민요인 '목화밭', 그리고 찬송가인 '샤론들에 핀 백합화' '주여 기억하소서' 등 10여 곡이 통기타 반주로 불려지자 청중들은 숨죽이며 듣고 있다가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사건의 파장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MBC-TV의 한 토론프로 출연자가 강원룡이 교회당을 나이트클럽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을 했다. 강원룡 목사는 CBS 라디오에서 이 사건을 주제로 토론을 제안했으나 반대 토론자가 나오지 않아 토론회는 맥이 빠져버렸다. 강원룡 목사는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이 고전음악만 좋아하고 대중음악을 싫어한다면 믿을 마음이 없다"고 자신의 신학적 소신을 피력하며 가수 신자들을 옹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970년 9월 6일 오후 7시 30분 경동교회에서 통기타음악예배가 또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서유석이 '자유'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들', 도비두(김민기가 친구 김세영과 만든 통기타듀엣)가 '예수님이 만난 여인', 조영남이 '주기도문'을 불렀다. 또 가톨릭 신자인 경음악평론가 최경식 씨가 초청돼 '교회음악의 새바람 새물결'이란 제목으로 설교도 했다.

통기타 예배는 당시 한국교회가 무비판적으로 서양의 찬송가를 답습하는 것에 젊은이들이 이미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개혁의 총대를 경동교회와 강원룡 목사가 짊어지고 어린 양들을 구원하였던, 대중음악과 교회음악사의 일대 상징이 되었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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