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리아'의 마지막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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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조성으로 하야리아 부대의 기억들이 지워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웠죠. 그래서 하야리아 부대 개방(2010년 4월 24일~10월 20일)을 기다렸습니다. 이 기간에 사라질 하야리아의 모습을 담아놓고 싶었습니다."




'캠프(CAMP) 하야리아 출판기념 사진전'을 기획한 사진작가 정봉채의 말이다. 그는 "어쩌면 부산시민공원 조성 전 하야리아의 마지막 흔적을 기록한 것일지 모른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정봉채는 지난 15년 동안 일 년에 한두 차례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모집해 가장 부산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를 테마로 잡고 이들과 함께 을숙도, 온천천, 용호농장, 보수동 책방 골목 등을 대상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공동작업을 추진해 왔다. 

윤종철의 '흔적'(trace). 정봉채사진연구소 제공

'캠프 하야리아'는 그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 "하야리아 개방 소식을 듣는 순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곧바로 작가를 모집했다. 이렇게 해서 9명으로 구성된 '캠프 하야리아 프로젝트팀'이 탄생했다.

작가 정봉채는 처음 한 달간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캠프 하야리아에서 아무 것이나 찍어오게 했다. 그 사진을 토대로 각각의 주제를 정해 줬다. 아마추어 작가 이아진에게는 '바닥'이란 주제를 주었다. '오롯이 새기다'란 제목의 그의 사진에는 아스팔트에 선명하게 찍힌 자동차 타이어 자국에서부터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을 뚫고 돋아나는 들풀의 강인한 생명력까지 생생하다. 권중근은 '정원의 모습'을 담았다. '외롭다'란 제목의 사진 속엔 예쁜 정원의 모습과 함께 외로움과 허전함, 쓸쓸함이 묻어난다.


박효련의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정봉채사진연구소 제공

이상종은 유령처럼 서 있는 텅 빈 건물을 통해, 김윤정은 미군들이 출입했던 다양한 문(door)을 통해 하야리아의 역사를 품었다. 박효련은 온갖 풀과 꽃을 통해, 송경숙은 철책 담을 통해 하야리아의 속과 겉을 펼쳐 보인다. 윤종철은 건물 내 흔적에 주목한다. 숨겨져 있는 것이 혹 있는지, 미군들이 남겨두고 간 것들이 어디 있는지, 수색하듯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정재원은 자신의 군대 생활을 하야리아 공간 속에 접목시켜 보여준다. 그곳엔 '자살'과 같은 인위적인 연출도 있다. 심미희는 하야리아가 간직한 숫자나 영어문구 등 다양한 표시(sign)에 주목해 이를 TV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개방 기간 하야리아를 수십 번씩 방문했다. 심미희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의무감이 컸다. 그래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구석구석 찾아다녔다"고 했다.

100년 만에 속살을 내보인 하야리아. 그 속엔 '아름다운 정원' 하야리아가 있었다. 이들은 그 역사성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모아 책으로도 만들었다.

▶캠프(CAMP) 하야리아 출판기념 사진전=27일까지 부산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 051-462-1870.

정달식 기자 dosol@ 
영상=박지예 대학생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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