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숫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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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에디슨의 조수였던 그는 스승과 전류방식을 놓고 경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직류방식을 고집한 스승과는 달리 테슬라는 교류방식을 택해 세상을 밝게 한 전기의 마술사이자 세기의 발명가였다. 이 사람은 모든 일상생활에서 3의 배수에 집착하는 특이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걸음 수가 3의 배수가 안 되면 주변을 맴돌다 들어갔다고 한다. 또 열여덟 장의 냅킨이 놓여 있는 식탁에서만 식사를 하고, 3으로 나눠지는 번호가 붙은 방이 아니면 투숙을 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하는 수영도 꼭 스물일곱 번 왕복했다고 한다.

인도의 수행자들은 목에 '자파 말라'라는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나체 수행을 하는 고행승도 '자파 말라'를 꼭 한다. 자파는 '만트라'를 반복해서 외는 것을 뜻하고, 말라는 목걸이를 의미한다. 이 목걸이의 염주 알 수도 3의 배수인 108개로 이뤄져 있다. '숫자 3'은 생명 탄생을 나타내기도 한다. 남자란 뜻의 1과 여자란 뜻의 2가 결혼해 3이란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이 밖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삼세번, 삼신할머니, 스리쿠션, 삼족오 등 '숫자 3'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 안정, 신성, 종합성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연초에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를 3%로 삼았다. '숫자 3'이 들어 가 있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발표가 나기 무섭게 이를 비웃듯이 물가가 크게 올라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앞으로 이 숫자가 가지는 의미처럼 물가가 잠잠해졌으면 한다. 이집트 무바라크가 민중의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청년 실업, 극빈층 증가, 집권층 부패 때문에 일어난 국민들의 시위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철권 통치 30년 역시 3의 배수이다. 이것 역시 '3'에 담긴 뜻처럼 이집트 국민들의 독재에 대한 항거가 매듭을 짓는 완성의 의미가 아닐까.

이준영 논설위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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