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유기견 개시장서 식용 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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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분양된 잡종 진돗개가 트럭에 실려 개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애견보호 모임 '위드 아미코'



중복(中伏)을 이틀 앞둔 지난 27일 오후 4시40분께 부산 북구 구포동에 위치한 개시장. 애견 보호모임인 '위드 아미코'(이하 아미코)의 회원이 한 식당 주인으로부터 자신들이 뒤쫓던 트럭에 실려온 개 2마리를 도축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고깃감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와 추적 과정을 찍은 카메라에는 애견인과 불법 도축자 간의 지루한 추격전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매주 부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해오던 아미코회원들이 분양견 도축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대형견들이 수시로 분양되어 나간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던 회원들은 논의 끝에 남자 회원 두 사람씩 교대로 잠복에 돌입하기로 했다.

부산유기동물보호소→운반→시장→고깃감
애견단체 현장 확인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
보호소 측 "분양후 일일이 확인 못해… 억울"


27일은 휴가 중이던 직장인 회원 A(29)씨의 차례. 수차례 보호소를 나서는 트럭을 구포 인근에서 놓친데다 복날이 가까워 오고 있어 A 씨는 촉각을 곤두세운 채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오후 3시부터 보호소 인근에 차를 세우고 보호소 출입구를 응시하던 A 씨는 덩치가 큰 개 2마리를 짐칸에서 목줄로 묶어 개시장으로 향하는 트럭을 목격했다.

곧바로 숨가쁜 추적에 나선 A 씨는 트럭이 도축장 입구에서 정차한뒤 개를 도축장에 넘기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개를 무척 사랑하는 A 씨는 애완견이 식용으로 도축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A 씨는 곧장 달려가 불법 행위를 저지하고 싶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험악해 인근 경찰 지구대로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개를 태우고 온 남성 2명은 트럭을 타고 급히 사라졌다. 하지만 불과 10여분 남짓 경찰과 도축장 관계자들이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 잡종 진돗개 2마리는 토막난 고깃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미코 회원들은 부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분양된 개가 북구 개시장에 팔려가 도축되는 과정을 담은 사진과 함께 보호소 측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실을 적은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발장에서 회원들은 "부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분양한 개가 곧장 개시장으로 옮겨져 도축됐으며, 이전에도 대형견들이 일부 특정인에게 상습적으로 분양돼온 정황이 있다"며 보호소 측에 대해 도축 묵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30일 부산유기동물보호소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유기견 도축 묵인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구청의 신고로 포획돼 보호소로 옮겨진 유기견의 경우 농림수산식품부의 홈페이지에 등록된 후 10일 간 법적인 보호 아래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 주인에게 분양하도록 돼 있다. 정해진 기간이 경과해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마취약을 주사해 안락사 시키거나 동물보호협회로 보낸다.

그러나 아미코 회원들은 "유기견이 서류상 양도되고 있을 뿐 사실상 같은 자리에서 폐사되거나 팔릴 때까지 수용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미코의 박희태 매니저는 "부산시가 보호소측이 각 구·군과 맺은 계약을 해지시키고 엄정한 감사를 실시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산유기동물보호소 측은 "데려간 개를 도축한 분양자도 사건 당일 처음 보호소를 방문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분양신청서를 받고 면접을 실시한 뒤 무료로 개를 분양해갔다"며 "이같은 사건을 우려해 1인당 2마리 이상은 분양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보호소 측은 "1년에 수백마리 이상 분양하고 있어 일일이 분양해간 집을 찾아가 사후 확인을 할 수 없지만 지난 4년간 이같은 사건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동물보호법 상 유기동물보호소가 분양한 동물을 사후 관리해야 하는 의무 규정은 없다. 

p {margin-top:0px;margin-bottom:0px;} 이에 앞서 부산유기동물보호소 측은 27일 진돗개 2마리를 애완용으로 기르겠다고 데려간 뒤 도축을 하다 적발된 김모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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