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군수 노하우 살려 효율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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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유일 '군부대 개방형 민간 CEO' 홍성익 제2보급단장

부산에 있는 육군 제2보급단의 홍성익(56) 단장이 내미는 명함은 다소 낯설다. 민간인 옷차림이지만 군부대 지휘관이라는 사실을 명함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이다. 명함에 적힌 '(예)준장'이라는 표현도 궁금증을 낳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면모와 명함을 뭉뚱그려 해석(?)하자면 "민간인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예비역 준장으로 육군 제2보급단 단장을 맡고 있다" 쯤이 될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책임운영기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 내외부에서 기관장을 임명 또는 공개채용하여 조직 인사 재정 등에 자율권을 부여해 조직을 운영하게 한 후 그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이지요. 5곳이 처음으로 지정되었는데, 육군에서는 우리 보급단이 유일합니다. 제 직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개방형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군부대 민간 CEO쯤이라 할 수 있겠네요."

홍 단장은 육사 33기로 임관한 이후 지휘관 때를 제외하고는 군수 직능에서 잔뼈가 굵은 군수통이다. 여느 군부대 지휘관과는 다른 그의 면모는 6·25전쟁 60돌을 맞아 세계적인 평화성지로 자리잡은 유엔기념공원을 가꾸는 데 제2보급단이 앞장서는 등 민간CEO 군부대 지휘관답게 대민접촉을 강화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화제를 모아왔다.

"32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군수 노하우를 국방에 쏟아붓기 위해 육군 준장으로 조금 일찍 예편한 뒤 책임운영기관으로 정해진 제2보급단에 지원했습니다. 군이 발전하고 책임운영기관 제도가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했지요. 군부대도 일반기업 못지 않게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습니다."

개방형 CEO 군부대 지휘관답게 홍 단장은 '고객' '고객만족'이라는, 기존의 군대 사회에서는 낯선 용어들을 자주 사용했다. 보급품을 일선 부대라는 '고객'에게 전달하는 물류처리속도에 공을 들여 국내수입은 3일에서 1.5일로 50%, 국외수입은 10일에서 3.8일로 62%, 야전 불출(拂出·물품을 내어 줌)은 15일에서 6.6일로 56%나 각각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품질분임조 결성과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기'라는 이름의 선진경영기법 적용을 위한 다양한 견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군부대 효율성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이티 및 아프간 재건을 위한 해외 파병부대 지원 등 부산항을 끼고 있는 부산은 평상시에도 중요하지만 전시에는 군 보급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때문에 민관이 서로 협력하는 체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제2보급단도 부산 시민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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