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사 사건 전자문서 작성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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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들이 자신의 형사 사건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만든 '형사사법 포털' 홈페이지 첫 화면.

"새 시스템 사용이 너무 힘들어요."

법무부 등 형사사법 업무 처리기관들이 사건을 공유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 최근 시행에 들어갔으나 잦은 시스템상 오류 등으로 인해 일선 경찰서 직원들이 새 시스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법원 등 정보 공유 'KICS' 시범운영 돌입
수정 어렵고 잦은 오류, 처리 늦어 민원인 불만
입력내용 출력해 확인, 종이 사용도 줄지 않아


1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KICS는 판결문과 공소장, 영장, 조서 등 형사사법 업무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화해 형사소송법상 통보의 대상이 되는 주요 정보를 경찰과 검찰, 법원, 법무부 등 해당 참여기관이 열람 가능하도록 한 온라인 정보공유 체계다.

지금까지는 형사사건이 종이 서류로 정리돼 기관에서 기관으로 직접 전달됐지만 이 시스템 도입으로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사건을 해당 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된다.

2005년부터 경찰을 비롯한 검찰, 법원, 법무부 등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 4곳이 형사사법정보체계 구축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지난 10일부터 전 경찰서를 대상으로 1차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다음달 14일부터 전면 가동되는 이 시스템은 우선 단순 음주 및 무면허운전 사건부터 적용하고, 시행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대상 사건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법무부 등은 온라인 형사사법포털(www.kics.go.kr)을 통해 민원인들이 자신의 형사사건 정보에 대한 실시간 조회가 가능해지고, 전자화에 따라 종이비용과 업무시간 단축 등 연간 280여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새 시스템과 관련, 다양한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단 전자문서로 저장하면 틀린 부분이 생겨도 수정할 수 없어 불편하고, 임시저장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오류발생으로 한꺼번에 지워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 내에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없어 잘못 저장됐을 때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어 출력해 거듭 확인하느라 문서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업무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치안센터와 지구대의 경우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수년째 컴퓨터를 교체하지 못 하다 보니 새 시스템이 아예 열리지 않을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려 피의자나 피해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져 비난받기 일쑤라는 것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전자로 입력도 하고 입력된 내용을 출력한 뒤 경찰서로 가져가는 이중 업무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원래 취지는 '종이 없는 수사'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종이 사용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데다가 일선 경찰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용교육을 수차례 실시해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해질 것"이라면서도 "불만사항이나 오류 등은 수시로 접수받아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윤여진·성화선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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