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고 원서 접수도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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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접수 기한연장을 알리는 공고문이 게재된 한국과학영재고의 홈페이지.

"원서접수 하는 것만 해도 이렇게 진을 빼는데 실제 입시전형에서는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 지 벌써부터 기가 질립니다."(학부모 A씨)

"특목고 열풍이라고들 말하는데 이건 열풍 정도가 아니라 광풍입니다."(학부모 B씨)


'입학은 명문대 합격증' 접속 폭주 서버 다운
수험생·학부모 종일 발동동…학교측 마감 연장
지난해 27.8대 1 경쟁률 올해는 더 높아질 듯


KAIST 부설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의 2011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 마감일인 27일. 인터넷 원서접수를 하느라 전국의 수험생들이 학교 홈페이지로 몰려드는 통에 학교 서버는 일찌감치 마비됐고, 원서를 접수하지 못 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하루 종일 속절없이 애만 태웠다. 문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학교 전화도 불통되기 일쑤였다.

다급해진 일부 학부모들은 부산시교육청과 언론사 등에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면 학교 측에서 접수 관련 대비책을 세워야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이날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비상이 걸린 것은 학교도 마찬가지. 하루 전인 26일 오후부터 서버 과부하로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점을 파악한 학교 측은 전산 전문팀을 투입, 외부의 분산 서비스공격(DDOS)이나 해킹을 당했는지 여부를 수 차례 정밀 조사했지만 결론은 접속자 폭주로 인한 서버 용량 초과. 학교 측은 올해 원서접수를 앞두고 서버 용량을 대폭 확장시켰지만, 전국에서 몰려드는 응시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교측은 서버 마비 사태로 원서접수를 못 한 응시자들을 위해 이례적으로 접수 마감시한을 30일 오후 6시까지로 사흘 연장키로 했다.

이 학교 이춘근 교감은 "원서 접수를 마친 수험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지만, 서버 문제로 인해 원서접수를 못 한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교과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접수기간을 연장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원서 마감 하루 전인 26일 오전까지 2천800여 명이 접수를 마쳤는데 이후로는 서버가 다운되면서 아예 접수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통상 마감일이 임박해 접수자가 몰리는 예년의 상황에 비춰볼 때 최종 접수자 수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전국 4개 과학영재학교 중 처음으로 지난 20일부터 2011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과학영재학교는 다른 특목고나 외고와 달리 지역 제한 없이 내년도 신입생 150명 전부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다.

올해 입시에서는 1단계로 추천서, 자기소개서, 에세이 등 학생 기록물을 평가해 400명을 뽑고 2단계로 개별 면접, 그룹 토의 등 영재성 다면평가로 최종합격자를 선정해 오는 8월 5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광풍'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높은 경쟁률로 '악명' 높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18.43대 1이었던 경쟁률은 지난해 입시에서는 144명 모집 정원에 4천6명이 지원, 27.82대 1로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 부산국제고(1.71대 1), 부산과학고(3.85대 1) 등 부산지역 특목고와 외고의 평균 경쟁률이 2.1대 1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과학영재고의 입학 경쟁이 치열한 것은 해외 유학을 떠나는 10여 명을 제외한 졸업생 거의 전부가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같은 명문대에 별도 시험없이 특별전형으로 진학하고 있어 '일단 입학만 하면 '명문대 합격증'을 받아놓고 학교를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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