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금정청소년수련관 '녹음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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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살리고~ 애창곡 부르면 나만의 음반 뚝딱!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래 희망 중 하나가 '연예인'이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대중의 시선을 받는 이 직업은 21세기, 이미지 시대 가장 빛나 보이기는 하다. 사실 나이를 막론하고 '무대 위 스타'는 많은 이들이 가진 환상이다. 지금은 이렇게 평범하게 살지만 '나도 한 때는 잘 나갔었지'를 되뇌이는 이들! 다시 한번 잘 나가보면 어떨까. 그 첫 단계, 인기 가수처럼 나도 음반을 취입해보는 거다.

① 녹음실 내부에는 기타, 건반, 드럼 등 악기가 갖춰져 있어 연주와 노래를 하면서 동시 녹음이 가능하다.
② 10여 종이 넘는 녹음 전용 마이크들이 소음은 줄이고 목소리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살려준다.
③ 스튜디오 콘솔 작업과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김태훈 씨. 그도 인디밴드 리더이자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인이다.

전문 밴드 음반 취입도 
'거뜬' 입소문 타고 방문객 인기 만점 
편집에 효과 넣으니 "나도 가수"



● 아니, 이런 곳에 녹음실이 있나요?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 위치한 금정청소년수련관. 지하철 장전역을 나와 숨을 몰아쉬며 맞은 편 언덕을 향해 걸어오른다(3시간에 한 번꼴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련관으로 들어섰다.

"어디 있어요? 보여주세요." 걸어오는 내내 '청소년 수련관에 진짜 전문 음악 스튜디오, 녹음실이 있는 게 맞을까? 혹시 간단한 앰프, 오디오 시설만 갖추고 생색내는 거 아냐?'를 계속 생각했던 탓이다. 담당자에게 첫 인사도 하기 전에 보여달라는 말부터 해 버렸다.

수련관 음악 스튜디오 담당자인 김태훈 씨가 미소를 짓는다. "스튜디오로 가서 이야기 나눌까요?" 수련관 3층 옥상 문을 여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나타났다. TV에나 등장하던 전문 녹음 스튜디오가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콘솔 박스와 모니터가 있는 엔지니어 공간과 마이크, 드럼, 기타 등 악기까지 들어가 있는 녹음 스튜디오가 버젓이 나타났다. 진짜 녹음 스튜디오가 있었다.

"청소년 시설들은 각자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2008년부터 전문 녹음 스튜디오 2개, 악기 합주 및 연습이 가능한 연습 스튜디오 3개를 갖추고 있죠. 실용 음악 교실, 음악 제작과 녹음 작업 등 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굉장히 많아요."

김 씨가 마이크 종류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앰프 종류, 믹서, 마스터 컨트롤러 등 장비에 대해 신나게 설명을 한다. 전문 용어까지 등장하는 걸로 봐서 이 방면에 꽤 실력자인 것 같다. 김 씨 설명에 따르면, 이 정도 장비면 전문 가수들의 음반 취입도 가능하단다. 실제로 몇몇 밴드들이 이 녹음실에서 연주를 하며 정규 음반을 제작했단다.

한창 설명을 듣다가 김 씨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청소년 수련시설의 지도자 이상의 뭔가가 있을 것 같다. 알고 보니 인디밴드 '일요일의 패배자들'에서 리드 기타 겸 보컬로 활약하는 진짜 가수란다. 서울 홍대 클럽에서도 공연을 여러 번 했단다. 진짜 가수(?)가 음반 작업을 프로듀싱 해 주는 셈이다.

● 누구나 자신의 음반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얼굴이 담긴 음반을 갖는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인 것 같아요.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가족, 연인, 친구끼리 찾아오더라구요."

마침 기념일을 앞두고 특별한 선물을 고민하던 기자.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는 생각 "그래 이거다"였다. 근데 노래 연습도 못했는데 어쩌나. 최근 들어 아이 키운다고 노래방을 끊은 지도 꽤 됐는데…. 김 씨가 눈치 빠르게 망설이는 기자에게 한 마디 건넨다. "편집 과정에서 효과를 넣고 잘 된 노래 부분을 붙이면 웬만한 가수 못지 않은 작품 나와요." 에이, 도전 한 번 해 본다!

결혼 즈음해서 신랑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가수 이소라의 '청혼'을 선택했다. 녹음실에 들어가 헤드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말할게요~ 우리 이제 결혼해요~" 한참 잘 나가다가 고음 부분에서 일명 '삑사리'가 나왔다. 밖에서 김 씨가 괜찮다는 신호를 준다. 그렇게 두어 번을 부른 후 편집을 시작했다.

목소리를 깊어 보이게 하는 에코 효과도 넣고 크기도 조절한다. 그렇게 해서 올해 결혼 기념 특별 선물이 만들어졌다(앗! 깜짝 선물인데 신문 때문에 신랑이 미리 알게 됐다!). 네살 아들이 좋아하는 동요 '작은 별'은 보너스 곡으로 넣었다. 그 날 저녁, 남편 몰래 아들에게 들려주니 열광한다. 크, 마치 가수에게 광팬이 생긴 기분이다.

글·사진=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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