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의 미래 비전과 해외지역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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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식 부산외국어대 교수 동남아연구소장

20세기 말에 태동해 확산되기 시작한 '세계화(globalization)'의 조류는 이미 예견됐던 대로 21세기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세기적 현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퓰리처상을 3차례나 수상했던 미국 뉴욕 타임스 신문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이런 현상을 '세계의 평면화'라고 부른다. 세계는 그의 주장대로 PC의 발명, 인터넷의 출현,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지리적 위치나 이념적 차이와는 관계없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도모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 플랫폼에서 이질적인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통을 위해 공통어를 알아야 하고, 우리 자신의 문제만이 아닌 상대방의 것도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서 보편적이고 범지구적인 문제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전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든가, 내가 올린 글이나 의견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도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과거 그 어느 시기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통합적 현상이 세계를 급습해 주류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조적으로 상당히 모순적인 또 다른 현상이 21세기에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특수성의 강조라고 부를 수 있는 분해 또는 '분리의 양상(localization)'이다.

수많은 신생 동유럽 국가들의 탄생, 가깝게는 중국의 티베트 분리주의 운동, 국내로 보면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방도시의 생존 경쟁 등 세계화에 역류하는 듯한 특수한 분해 현상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두 가지의 모순적인 현상의 공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식체계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어 자칫 사고의 무질서를 야기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의 시작일 수도 끝일 수도 있는 자리에 놓인 부산은 여러 모로 지금까지 언급한 현상을 모두 품고 있는, 이른바 21세기 양대 조류의 소유자로 규정할 수 있다. 부산의 성장과 쇠퇴는 바로 이러한 시작과 끝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부산에는 다른 지방이 갖지 못하는 특색이 있고 얼마든지 보편적인 세계적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도 있다. 공항에서 내리면 한 시간 내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멋진 해변이 있고 세계적인 배우, 감독과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제도 열린다. 잘만 개발하면 호주 시드니에 못지않은 미항을 만들어 어디서든 요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꾸밀 수도 있고, 외국인들을 한국인보다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부산이 이러한 변화의 나래를 펴기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산적해있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미래의 전망을 펼치기 위해서는 부산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부산이 21세기의 시대적 현상을 모두 품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인천이 수도권의 힘을 빌려 특성화를 진전시키고 있지만 부산이 가진 장점은 오히려 그곳을 앞선다고 생각한다. 반도의 끝을 살리는 것은 지금 당장 어렵겠지만 그 출발점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의 그 어떤 곳보다 부산은 해외와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해외지역 연구는 그러한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착실하게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이 정책으로 뒷받침해주고, 연구자들은 한국이라는 커다란 테두리를 벗고 부산을 먼저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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