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고려 '청동거울' 변천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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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완주 갈동 5호 목관묘에서 출토된 다뉴세문경(세워져 있는 거울)을 비롯한 청동기~철기시대 거울들. 사진 제공=복천박물관

현대 기술로도 복제하기 어렵다는 유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2천여 년 전에 만들어진 청동거울, 다뉴세문경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가는 선을 1만개 넘게 새겨넣은 다뉴세문경을 들여다보면 어질어질해진다. 기하학적인 사선의 무늬는 현대미술의 미학을 닮았다. 인간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신의 작품이란 경탄이 절로 나온다.

'신의 거울, 동경' 특별전

30일부터 복천박물관

다뉴세문경 등 122점 전시


복천박물관에서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리는 '신의 거울, 동경(銅鏡)' 특별전. 국보 161호 무령왕릉 출토 신수경(神獸鏡)을 비롯해 청동기 시대부터 고려 시대에 이르기까지 청동거울 등 122점의 유물을 전시한다. 시대에 따라 상징이 달라지는 대표적인 청동거울을 한자리에 모은 셈이다.

청동기 시대 거울은 아무나 갖지 못했다. 신의 뜻을 전하는 제사장의 권력을 상징하는 신비한 힘을 가진 물건이었다. 번개 무늬, 별 무늬, 태양 무늬 등 다소 성긴 모양의 조문경(粗文鏡)에 나타나는 무늬만 봐도 그러하다. 세밀한 기하학적인 무늬로 발전한 세문경(細文鏡)도 태양의 상징을 담고 있다. 함께 출토되는 청동방울을 봐도 샤먼적인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예산 동서리 출토 별무늬 청동거울이 이번 전시품 중에선 가장 연대가 올라간다. 지난 2007년 완주 갈동 5호 목관묘에서 출토된 다뉴세문경은 선의 굵기가 0.1~0.2㎜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다.

다뉴세문경으로 기술력이 정점에 달했던 청동거울은 어느 순간 맥이 뚝 끊기고 삼한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수입품인 한경(韓鏡)이 출현한다. 창원 다호리 1호분 성운문경이 대표적이다. 집안의 부귀를 빌거나 군주에게 충성하는 내용을 새긴 한경도 이때 것이다. 한경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본따 만든 방제경(倣制鏡)도 자체 제작된다. 그 중에는 경산 신대동 출토 방제경처럼 지름 3.1㎝에 불과한 초미니 거울도 보인다.

삼국시대에 접어들면서 거울은 특A급 왕릉에서만 보인다. 백제 무령왕릉, 신라 황남대총 같은 왕과 왕비의 무덤에 부장된 청동거울은 왕의 권위와 부를 상징하는 보화였다. 힘차게 달리는 짐승과 창을 든 인물을 돋을새김한 무령왕릉 출토 거울이 대표적이다. 철로 만든 철경(鐵鏡)도 출토되는데, 지금은 녹이 슬어 있지만, 처음 만들 때는 청동보다 훨씬 광택이 났을 테다.

고려시대에 접어들면서 거울의 형태가 다양해진다. 원형에서 벗어나 각진 모양과 손잡이가 달린 거울도 출현한다. 하늘을 나는 두 마리 용이 불을 내뿜는 이미지가 부조된 거울을 비롯해 화려한 그림이 들어가기도 했다. 여인들의 화장도구로 널리 사용되면서 생산량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게 청동거울은 먼 시간을 거쳐서 신에게서 사람의 손으로 전해졌다.

특별전과 관련해 10월 27일부터 사흘간 '거울의 이해'를 주제로 성인박물관 교실을 연다. 한국 청동기 문화와 다뉴경, 고대 중국의 거울 등을 소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10월 5일 오전 9시부터 홈페이지(http://bcmuseum.busan.go.kr)를 통해 70명 선착순 마감한다. 051-554-4264.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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