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수술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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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흔 교수 동아대병원 갑상선내분비과

직장에서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된 30대 젊은 여성이 수술을 위해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갑상선암을 수술하게 되면 목 중앙에 7∼8cm 정도의 흉터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젊은 여성에게는 보기 싫은 자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만 완치된다면 나머지 삶의 질의 저하 등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질병의 완치는 물론 남아있는 삶의 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들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외과적인 수술의 패러다임도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가장 비근한 예가 외부에 흉터를 남기는 수술 방법의 퇴조이다. 현재 많이 시행되는 복강경 수술, 암 등으로 유방을 제거한 뒤 복부 근육이나 지방을 이식해 새로운 유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가려진 부분의 흉터에도 민감한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부분의 흉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협소한 공간에서 머리와 몸통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부분인 목에는 주요한 혈관과 신경이 많이 지나간다. 복잡한 곳인 만큼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도 가장 늦게 이루어진 부위이다. 내시경을 이용해 겨드랑이를 통해 목 중앙의 흉터를 남기지 않는 수술 방법으로 최근 많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더욱 발전해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갑상선암의 분야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넓은 3차원 입체 시각, 10배의 확대된 영상 등 장점이 많아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필자도 최근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젊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로봇수술로 깨끗하게 암을 제거하고, 이후 옷을 입으면 전혀 흉터가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자신감 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있다.

현대인을 치료하는 의사의 역할은 점차 바뀌고 있다고 여긴다. 옛날처럼 환자가 가진 질환만 치료해주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환자의 남은 수명 동안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이런 고민의 일부를 최첨단의 기계 장치인 로봇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기뻐해야 할지는 의문스럽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얼굴로 집으로 향하는 환자의 얼굴을 보는 것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 성 흔 교수

동아대병원 갑상선내분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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