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무릅쓴 예뻐지고 싶은 욕망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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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학원

비밀 수련에 참가 하시겠습니까?

예뻐진다면 무엇을 못 하겠냐만, 다소 뜸금없는 유혹이다. 수련에 참가하려면 조건이 있다. 몇 가지 금지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것. 만약 어길 경우, 미모는 고사하고 되레 죽을 수 있다는데 과연 참가자가 있을까.

절대 미를 얻기 위한 심화수련
금기 어겨 벌어지는 기괴한 일


'여고괴담 3-여우계단'을 만들었던 윤재연 감독의 신작 '요가학원'은 요즘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공포영화로 변주한 작품이다. 알게 모르게 사회가 강요하는 획일적인 아름다움과 그것을 향한 여성들의 맹목적인 욕망을 으스스한 공포로 버무려내는 것. 그래도 극중 수련 참가자가 많다.

홈쇼핑의 잘나가는 쇼호스트 효정(유진)은 잘나가는 후배에게 밀리자 불안하다. 점차 자신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던 효정 앞에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던 선화(이영진)가 몰라볼 정도로 완벽녀로 변신해 나타난다. 효정은 선화에게서 비밀스런 심화 수련에 대해 듣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새 홀린 듯 간미희 요가학원을 찾는다.

효정과 함께 1주일간의 비밀 수련에 참가한 사람은 거울 없이 못사는 전직 아이돌 스타 연주(박한별), 성형으로 얼굴을 망쳐버린 유경(김혜나), 다이어트 강박증에 걸린 인순(조은지),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보라(황승언)까지 모두 5명.

요가 마스터 나니(차수연)는 이들에게 거울을 보지 말 것, 수련 후 샤워를 하지 말 것, 밤에 음식을 먹지 말 것,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 등 5개의 혹독한 금기사항을 일러주지만 수련생들은 이를 몰래 어긴다. 그러자 절대 미를 얻기 위해 혹독한 심화 수련에 들어간 이들에게 하나 둘씩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 작품은 모든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예뻐지고 싶은 열망을 이른바 '공감 공포'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버무려낸다. 외모에 콤플렉스를 지닌 여성들을 내세워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과 집착이 끝내 어떤 파국으로 치달으며 몰락하는지를 섬세하게 담아낸 것. 관객들은 '저들이 혹시 나 아닐까'라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여성의 외모를 다룬 만큼 '쭉빵' 미녀들의 연기가 시종 눈길을 끈다. 박한별은 '여고괴담3'에서 앳되고 풋풋한 모습과는 달리 성숙한 여인이 돼 돌아왔고, 모델 출신으로 중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영진은 싸늘한 표정 연기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톡톡 튀는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유진도 섬뜩한 표정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인물 각자의 이야기를 살리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도 인물들이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건 단점. 또 요가학원에 감춰진 비밀이 다 드러나고 나서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설득력이 적은 대목도 아쉽게 다가온다. 20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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