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각막' 발견 못하면 실명위기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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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각막이거나 각막 두께가 얇은 환자가 라식수술을 하면 각막확장증의 위험이 높다. 사진은 각막 앞뒤 면의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펜타캠으로 진단하는 장면. 오른쪽 아래 그래픽은 각막 가운데 아래쪽(54.6 주변)이 솟은 원추각막 영상자료.



사례1 40대 회사원 A씨는 10년 전 고도근시 상태에서 라식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잘 보였지만 5년 전부터 시력이 감소하는 것을 느꼈다. 오른쪽 눈은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며 겹쳐 보이기도 했다. 안과에서 각막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각막이 얇아지면서 돌출 현상이 나타나는 원추각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왼쪽 눈도 초기 단계의 원추각막 소견을 보여 하드콘택즈렌즈를 처방 받았다.


사례2 여대생 C양은 라식수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중등도의 근시성 난시 소견을 보였다. 펜타캠을 이용한 각막 정밀검사에서 각막 두께와 전면 모양은 정상이었지만 각막 후면 중심부가 약간 솟아오른 증상을 보였다. 의사의 권유로 라식 대신 각막 상피만 벗겨내는 라섹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아주 만족스러운 시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펜타캠 기기 각막 전후면 융기 진단
콘택트렌즈 ·각막링 등 이용해 치료


·원추각막, 라식수술 절대 안돼

원추각막은 각막 동공 부분이 튀어나와 돌출되는 질환을 말한다. 대개 사춘기에 시작돼 10년에서 20년 이상 서서히 계속된다. 진행이 멈추었을 때 가벼운 경우는 부정난시가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는 각막이식술이 필요한 실명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발생빈도는 인구 10만명당 50~230명이고 여성에게서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력교정수술을 위해 안과를 찾는 환자의 5~10%가 원추각막이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환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원추각막의 유전 빈도는 6~8%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원추각막은 다운증후군과 같은 정신지체질환, 승모판탈출증과 같은 심장질환과 연관성이 있으며 그중 아토피질환과의 연관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려움으로 인한 습관적인 눈 비빔 행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식수술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각막확장증이다. 수술 후에 얇아진 각막이 앞으로 돌출되는 증상이다. 원추각막을 발견하지 못한 채 라식수술을 강행하거나 각막이 얇은데도 불구하고 수술을 하게 되면 각막확장증의 위험이 매우 크다.

·펜타캠, 시력교정 백내장 진단에 효과

원추각막에 대한 치료는 일단 안경 교정으로 시작한다. 안경으로 시력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원추각막에 대한 치료로 각막링이나 자외선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각막링 치료는 반원 모양의 링 2개를 각막 깊은 층의 동공 주위에 삽입해 돌출각막을 펴 주는 것이다. 자외선 치료는 각막에 비타민B(리보플라빈)를 바르고 자외선을 쬐어 콜라겐의 분자결합을 강화시켜 원추각막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이다.

이전까지는 각막확장증을 막기 위해 각막의 두께에만 주로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최근에는 각막 두께 이외의 요인들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각막이 얇아도 각막확장증이 생기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각막이 두꺼운데도 각막확장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잠재돼 있는 각막 후면의 원추각막일 때가 그 경우가 될 수 있다.

원추각막이 이미 진행되었을 때에는 비교적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초기 단계이거나 잠재된 원추각막인 경우에는 그 진단이 애매할 때가 있다.

원추각막을 진단하기 위해 실시되는 세극등검사, 검영법 등의 일반적인 안과검사로 이미 진행된 원추각막은 발견할 수 있지만 가끔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보다 세밀한 진단을 위해 각막형태검사가 이루어진다. 최근 들어선 각막의 후면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기 위해 ORB스캔과 펜타캠을 이용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들 방식은 각막 전후면의 정보와 함께 각막 두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안구의 앞쪽을 단층촬영하는 펜타캠은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듯이 각막, 홍채, 수정체를 촬영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력교정술, 백내장, 녹내장의 진단에 도움을 준다. 펜타캠은 각막의 두께와 함께 각막 전후면의 미세한 융기를 확인할 수 있어 초기 단계의 원추각막 징후도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진단장비다.

·고도근시나 얇은 각막은 안내렌즈삽입술 시도

잠재형 원추각막 환자나 고도 근시 환자가 라식수술을 받게 되면 각막이 지탱하는 힘이 약해져 각막확장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라섹수술은 라식과는 달리 각막 뚜껑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각막을 지탱하는 힘이 강해 각막확장증의 빈도가 매우 낮다.

각막확장증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추각막의 미세한 소견들을 잘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막의 전면뿐 아니라 후면의 이상 유무까지 꼭 확인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라식수술은 각막이 두껍고 각막 전후면 모양이 완전정상인 근시 환자가 시술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다소 애매한 각막 형태를 가진 눈이거나, 각막 두께가 도수에 비해 얇은 경우 등에서는 라섹이나 에피라식과 같은 표면연마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라섹도 받기 힘든 8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나 얇은 각막, 원추각막 증상이 있으면 안내렌즈삽입술을 선택하는 것이 각막확장증을 예방하는 길이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이안과 최봉준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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