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현대미술,쉽고 재미있게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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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 미술관/ 박영대

어린이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미술관에 가면 그림을 어려워하는 어린이가 많다. 그림 그리기는 좋아하는데 보기는 어려워한다? 왠지 모순적인 것 같다. 특히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작품 제목과 작가, 설명을 적으려는 어린이들…. 현대미술 전시회라면 그런 어린이들이 더 많다. 왜 그럴까? 또 무엇을 어려워하는 것일까?

'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 미술관'(박영대 글/김용연 그림/길벗어린이/1만5천원)은 어린이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감상하는 법을 소개한다. 화가이자 미술교육가인 저자 박영대 광주교대 교수가 지난 2006년 3월부터 22회에 걸쳐 어린이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었다.

모두 33개의 현대 미술작품을 8개의 방(미술관)에서 소개하는데 방의 이름부터 흥미롭다. 하늘색 상상창고, 토마토색 놀이방, 은색 마음극장, 수박색 자연 체험실, 바나나색 새로 연구실 등….

하늘색 상상창고를 들어가 보니 김석의 'book.i.n.g'이 보인다. 그런데 제목만큼이나 작품이 요상하다. 만화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어린이! 무슨 뜻일까? 아하, 만화책에 푹 빠져서 현실과 만화 속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린 것은 아닐까.

이번에는 바나나색 새로 연구소에 들어간다. 저 멀리 한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얼굴 표정도, 색깔도 없다. 온통 하얀 빛! 귀신일까? 좀 더 자세히 보니 여인이 아니라 휴지다. 하얀 휴지를 돌돌 말아 여인 형상처럼 꾸몄다. 그렇다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여인일까, 휴지일까?

책은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탐정처럼 무슨 그림인지를 알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스스로 관찰하라고 채근한다. 이른바 상상력 키우기다. 그림을 그린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이 똑같을 이유도 없단다.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단다. 그래서 박 교수는 이렇게 제안한다. "그림 앞에서 주눅들지 마세요. 그냥 마음을 활짝 열고 그림과 대화를 나누세요. 너는 누구니? 너 뭐야?라고 말이죠."

백현충 기자 ch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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