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청와대 지하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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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에 있는 한미연합사 지하벙커 'CC(Command Center)서울'은 흔히 '미8군 벙커'로 불린다. 1979년 12·12사태 당시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피신했던 곳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한미 지휘부들이 평상시에 이용한다. 유사시에는 한강 이남에 있는 화강암 터널 속의 '탱고(Tango)'로 옮겨진다. 외부와 단절돼도 2개월 이상 자급자족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워룸(War Room)의 대형모니터에는 한반도 수백km 상공의 첩보위성 사진이 바로 뜨고, 워싱턴의 중앙정보부(CIA)와 국방부 정보국(DIA)과도 핫라인이 연결돼 있다.

청와대 내 지하벙커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실이다. 상황실 전면 벽엔 10개의 대형 플랫 TV 모니터가 2단으로 설치되어 있다. 모니터에는 육·해·공군 작전사령부와 경찰청·산림청·한전 상황실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뜬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안보·재난관련 비상상황을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다. 이 상황실은 노무현 정부 들어 첨단시설로 개조됐다. 영화 '에어포스 원'이나 TV 드라마 '웨스트 윙'에 나오는 미국 백악관 상황실을 모델로 삼았다. 그런데 개조하고 난 뒤 청와대 관계자가 백악관 상황실을 둘러봤더니 영 딴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영화와는 달리 최첨단시설이 아니라 10여년 전 수준의 장비로 낙후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지하상황실이 폐쇄될 뻔 했다. 지난해 초 정권인수위가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없애려 했던 것이다. 논란 끝에 폐쇄는 면했지만, 기구가 축소됐다. 어제부터 이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 워룸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측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상한 각오를 가다듬는 뜻으로 여겨지지만, 이런 겉모양새 갖추기보다 더 필요한 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리더십이 아닐까. 김상식 논설위원 kisa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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