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지금 식도암 수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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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음주가 주 원인… 암세포 한참 자란 후 자각 느껴

다빈치로봇을 조정하는 콘솔에 앉은 시술자가 3m 가량 떨어져 있는 로봇팔을 움직여 수술하는 모습.

부산에 사는 74세 남자 환자는 2개월 전부터 식사 때마다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증세를 느꼈다. '나이가 들면 음식 삼키기도 힘들어지네'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부드러운 음식과 음료수를 삼키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동아대병원에서 식도 내시경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식도 아래쪽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최필조, 외과 김민찬, 마취과 이승철 교수팀으로부터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을 통해 식도암 절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환자는 수술 다음날 거뜬히 병실 밖을 걸어다니며 운동을 하면서 빠르게 회복 중이다.

식도암, 조기발견 어려워

식도암은 음식을 삼키기 힘든 증상(연하 곤란)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딱딱한 음식을 멀리하고 음식을 오래 씹는다. 또 식사 중 물을 마시는 일도 부쩍 는다. 음식 삼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들은 암세포가 한참 자란 이후에 나타난다. 조기 발견이 어려워 암이 이미 진행된 후에 수술이 이루어져 예후가 좋지 못한 대표적인 암의 하나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친구들 사이에서 애주가이자 애연가로 꼽히는 사람들이다. 알코올과 흡연이 식도암의 주요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보고에 따르면 하루 한 갑 이상의 흡연을 하는 사람은 식도암의 발생 위험이 44배 증가한다. 하루 한 병 이상의 소주를 장기간 마시는 사람은 식도암 발생 위험이 18배 정도 증가한다.

그 외의 식도암 원인으로는 역류성 식도염, 양잿물 등으로 인한 부식성 식도협착, 식도 무이완증 등을 들 수 있다.

식도는 심장 대동맥 간 폐 기관지 등 매우 중요한 기관과 맞닿아 있어 아픈 증상이 나타날 무렵이면 대개 종양이 주위 조직을 상당히 침범한 이후다. 따라서 식도암을 치료 가능한 시기에 발견하려면 자각 증상이 있기 전에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 식도의 병변을 판단하려면 바륨을 복용하고 X선 촬영을 하는 식도조영술과 식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식도암은 크게 식도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편평상피암과 주로 하부 식도에 나타나는 선암으로 나뉜다. 국내 식도암은 95%가량이 편평상피암이며 선암은 5% 미만이다.

합병증 많은 식도암 수술

식도암 수술은 암조직이 있는 식도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절제된 식도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장기는 위장인데 일부 남아 있는 식도를 위장과 연결하게 된다. 그 결과 위장이 본래 위치인 복부에서 가슴 또는 목까지 올라온다.

기존의 식도암 수술은 가슴과 배, 때로는 목 부위까지 절개한다. 수술과정에서 가슴은 가로 방향으로 25㎝ 정도, 배는 세로로 25㎝ 정도, 목은 10㎝ 정도 절개한다.

수술 범위가 크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2~3건의 수술을 동시에 받는 것과 같다. 따라서 수술을 마친 환자는 한 달가량 각종 합병증과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특히 호흡기 계통의 합병증이 대단히 높다. 가슴 부위의 커다란 절개로 인한 통증과 함께 기침과 심호흡이 환자를 힘들게 한다. 또 객담 배출과 배 부위 절개로 인한 복근운동의 어려움으로 고통이 심해진다.

수술환자의 20% 이상이 폐렴 등을 포함한 호흡기 합병증에 시달린다. 또 사망률도 평균 5% 정도로 다른 암수술에 비해 높다. 때문에 폐기능이 나쁜 고위험군 식도암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가 기피되어 왔다.

다빈치 로봇으로 수술 성공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최필조 교수팀이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식도암 수술에 성공했다. 서울의 세브란스 병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로봇수술은 정확히 로봇이 수술을 한다고 하기 보다는 로봇이 도와주는 수술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기존의 내시경(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이어 받으며 360도 회전하는 로봇 팔의 편리함과 정교함을 추가적으로 지원받는다.

그래서 떨림이 없이 미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며 출혈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절개상처(3군데)도 직경 6㎜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최소 상처 수술(MIS) 중에서 가장 작은 시술이라 할 수 있다. 또 시술자도 확대된 3차원의 영상을 지원받아 더 좋은 조건에서 수술을 진행한다. 환자와 시술자 모두에게 편리한 수술인 셈이다.

로봇을 이용하여 수술 받은 식도암 환자는 가장 흔한 합병증인 폐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수술 후의 통증도 경미하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70대 환자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수술 다음날 병실을 걸어다닐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였다. 기존에 가슴과 배를 크게 절개하여 수술한 경우와 비교해 진통제의 사용량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동아대병원 식도암 수술팀은 이번 결과를 대한흉부외과 학술대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최필조 교수는 "다빈치 로봇을 이용하면 조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합병증이 적고 환자의 고통도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식도암뿐만 아니라 다른 흉부외과 수술에도 활용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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