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목디스크 수술 후 '짜증맨'이 '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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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철민 프라임병원 원장(신경외과)

금년 봄 어느 나른한 날 심각한 표정으로 김장수씨 부부가 외래로 내원했다. 김씨는 올해 마흔으로 원래 성격도 좋고 능력도 인정받아 고속 승진하여 현재 모 건축회사의 현장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짜증을 내 부부사이에 갈등을 가져왔고, 회사에서도 짜증맨으로까지 소문이 났다고 한다.

평소 뒷머리가 아프고 뒷목이 무거웠으며, 일에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머리 사진도 찍어 보았으나 특별한 것이 없었으며, 정신과 치료도 잠시 받아 보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난 달 부터는 안전모를 쓰고 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우측 어깨와 팔에 아려오는 통증과 자꾸 쥐가 나고 가만히 앉아서 신문을 읽기가 힘들어졌다. 외래에 들어오는 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안경 너머로 짜증이 가득해 보였고 젊은 나이인데도 양 미간 사이에는 짜증 주름이 이미 자리를 잡아 푹 패어져 있었다.

목디스크 환자로 직감하고 세심하게 신경학적 진찰을 해 보려하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일단 진찰은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목 MRI 사진부터 촬영하기로 했다. 결과는 당연히 5번과 6번 사이 우측으로 터져 있는 목디스크였다.

"환자분 목디스크 파열이네요.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모양상으로 볼 때 두 번이나 파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통증이 심하셔서 수술을 고려해 보아야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니 이 환자 겁 먹기는 커녕 "수술하면 통증은 없어질까요 ?" 요렇게 바로 반문했다.

젊은 나이이고 할 일도 많을 사람이고 뼈도 별 변형없는 상태로 척추뼈 사이의 공간도 잘 확보가 되어 있어서 인공디스크 수술을 하기에 딱 좋은 환자라 다음 날 목 인공 디스크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다음날 회진을 가보니 한마디로 "살만하다"고 한다. 일주일전 아주 오랜만에 이 환자 부인이 외래를 방문하여 남편이 한마디로 너무 착해졌다고 아주 좋아한다. 이젠 짜증도 안 내고 술 담배도 끊었고, 처가에도 아주 잘한단다. 부인이 온 목적은 이제 둘째를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겠냐는 질문이다. 사실 이 환자 수술 전 부부사이에 짜증 때문에 좀 멀어진 것도 있었지만, 잠자리에도 좀 느낌이 좋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떠냐고 물어 보니 씩 웃는다. 열심히 한 번 해 보라고 하면서 나도 씩 웃어 주었다.

이 글을 쓰면서 보니 이 환자 부부 둘째 성공했는지 아주 궁금해진다. "어이~~ 김소장님 성공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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